서강대 입시합격권 판정으로 접전(진학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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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0년대 대학입학예비고사문제를 공개해 문교 당국과 법정싸움을 벌이는 등 수난을 겪었던 입시전문잡지사 진학사(대표 조우제·서울 수송동)가 이번엔 예시성적순위로 대학별 합격권을 점치는 바람에 하위성적권에 든 일부대학생들의 애교심을 건드려 공개사과 요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시문제공개 때는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성원도 받았지만 이번 구설수는 응원단도 없어 무원고림.
구설수의 발단은 지난 1일부터 시판중인 「81예시예상성적으로 본 건국대학 합격권 예상판정표」 송년호 부록으로 펴낸 이 판정표가 서강대 등 일부종합대학의 합격권을 경합하는 대학보다 낮게 정하는 바람에 화를 불러일으킨 것.
합격권 판정 때문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서강대 학생들. 손꼽히는 명문대학의 경상학과 계열과 어깨를 겨루며 이 대학이 가장 우수한 학과로 자랑하는 경제과가 건국대학 문과계열순위로 21위에 처져있는데다가 대학별로는 서울대, 고대, 연세대, 성균관대, 외국어대, 한양대, 중앙대 등에 이어 건국대, 경희대 등과 함께 8위로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학교등급판정에 대해 서강 대학생들은 지난 11월 20일 치론 예시성적이 내년 초에나 밝혀지는데 어떻게 합격권을 판정할 수 있느냐고 들고일어났다. 81학년도 대입예시성적은 한두달 후인 내년 초에나 발표될 예정인데다가 서강대를 비롯, 전국 98개 대학 가운데 10개 대학만 신입생모집요강을 확정했을 뿐 88개 대학이 아직도 계열·학과별 모집인원조차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판정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엔 대부분의 종합대학이 전기에 본고사를 치르지 않고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예시성적이 대학 문을 여는데 결정적인 열쇠인데도 성급히 멋대로 예시성적별 순위를 정해 수험생들의 대학선택에 혼란을 주고 하위권에 든 대학 학생들의 자부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 서강대학생들의 주장.
지난 1일 시판중인 잡지를 사본 서강대 일부학생들은 총학생회장 소영식군(27· 물리학과4년)을 앞세우고 진학사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시간 남짓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잡지사 측은 ▲각 대학계열·학과별 순위는 80학년도 입시에서의 예시평균치 순서를 따른 것이며 ▲예상점수는 예시가 치러진 지난 10년 동안 각 대학의 예시 반영률과 합격자들의 예시평균치를 근거로 예상판정표를 만들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맞섰다.
잡지사 측의 해명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2일 하오 학생회관에서 긴급학생 총회를 열어 ▲일간신문에 공개사과문(5단 15cm크기)를 내고 ▲좀더 정확한 자료로 판정표를 다시 만들어 시판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잡지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모든 수단을 다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진학사 측은 3일 하오 편집책임자를 대학에 보내 학생처장과 교무처장에게 문제의 예상판정표를 만든 경위를 설명했다.
잡지사 관계자는 서로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타결 점을 찾아 더 이상 구설수에 말려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진학사는 76학년도(75년 시험) 예시문제를 당국의 허가 없이 공개했다 해서 저작권법 침해로 피소 당해 4년 동안 법정싸움 끝에 78년 승소했으며 78년에도 문제를 공개, 이 회사가 경영하는 입시전문학원이 문을 닫는 등 곤욕을 치렀었다.
학생들과 잡지사 사이의 시비가 더 번질 기미를 보이자 학교 당국이 중재에 나서 4일 학·처장 회의를 열고 잡지사 쪽이 학생들을 설득할만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 보도록 학생들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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