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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배불뚝이 곰 인형」미서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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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욕=김재혁 특파원】서울에서 3년 전에 태어난 배불뚝이 새끼 곰이 미국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한국산 곰은「팻·벨리」(배불뚝이라는 뜻)란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인형 곰이다. 세 살 짜리 코흘리개들로부터 여대생에 이르기까지「팻·벨리」곰의 인기는 글자그대로 선풍적이다.
미국에서 이미 자그마치 7백만 마리나 팔려 18세 이하의 자녀를 가진 미국의 3천만여 가구 중 거의 4집에 한 마리 꼴이다. 미국전역의 일류백화점과 장난감가게 등 3천5백여 개소에서 불티나게 팔리는「팻·벨리」는 올해「크리스마스」대목의 대종상품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단일품목의 한국산수출품이 미국전국에 골고루 뿌리를 내린 것은 처음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울의 D사가 개발하여 지난78년 미국으로 처음 수출한「팻·벨리」는 79년 극심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2백20만 마리나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뉴욕」시내 일류백화점「삭스 5번가」에선 작년 연말대목에만 2만 마리가 매진됐다. 「팻·벨리」곰의 인기는 올해 들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 4백80만 마리를 주문 받은 수출상사가 오히려 어리둥절할 정도다. 수출가격으로 따지면 78년에 60만「달러」였던 것이 작년에는 8백만「달러」, 올해는 이미 2천만「달러」를 돌파, 3년 사이에 33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산 봉제완구는 미국시장에서 품질과 가격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에 수입된 봉제완구(봉제인형 제외)는 4천8백40만「달러」어치로서 그중 60%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오던 봉제완구는「스누피」강아지였다. 만화가의 작품인「스누피」상표는 장난감뿐 아니라 학용품에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한국산 배불뚝이 곰이「스누피」의 인기를 누르고 있다.
「팻·벨리」곰이 「히트」한 것은「디자인」과 촉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곰을 좋아하는데 특히「디어도·루스벨트」대통령 때 유행했던「테디·베어」에 대한 깊은 향수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미국NBC-TV의 아침「뉴스」시간에 한 여자「아나운서」는「팻·벨리」곰을 품에 안고 나와 『여러분, 「팻·벨리」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답니다』라고 이색방송을 했다.
「팻·벨리」의 인기를 시기한 어느 경쟁사가「팻·벨리」의 몸 안에서 가느다란 철사가 나왔다고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에 고발했다.「샘플」조사에서 철사가 발견되자 소비자안전위원회는 판매금지조치를 고려했다. 수출상사 측은 시중에 나가 있는 모든「팻·벨리」에 대해 X「레이」검사를 실시하여 불량품을 자진 수거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다.
전국적인 지역 망을 가진 X「레이」회사 10개 사를 동원, 3천5백 여 개 상점의 재고품을 일일이 조사하여 불량품을 골라냈다. 11월초『X「레이」치료를 받고 완쾌』된「팻·벨리」는 어린이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수출상사 측은 이번 사고로 얼마간의 손해를 봤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선 큰 교훈을 얻었다. 미국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품질제일주의로 생산을 해야 하며 소비자 보호규정을 위반해선 안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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