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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급증하는 제3의 통화『크레티트·카드』<국내의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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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레디트·카드」몇년 전만 해도「크레디트·카드」는 우리생활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이제는 별로 생소하지 않은 말이 됐다.「크레디트·카드」판매제도는 쉽게 표현하면 이제까지 우리가 많이 사용해 온 외상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얼굴보고 외상 주던 시대에서 신분을 확인할만한 확실한 거래자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대라도 외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크레디트·카드」를 가지고 상거래에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28만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69년 신세계 백화점이 자체 판매 촉진을 위해 시작했던「카드」소지자에 비하면 그동안 천문학적인 증가를 보인 셈이다. 작년 말 23만명 선에 비해서도 올 한햇동안「카드」사용 회원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수 있다,「크레디트·카드」회사도 크게 늘어 70년 전반기만 해도 신세계·미도파 두 백화점뿐이던 것이 지금은 10개사로 늘었다.

<신세계서 먼저 시작>
또 초창기에는 국내 유명 백화점들의 자체 판촉을 위해 시작한 것이 78년 말부터는「코리언·익스프레스」등「크레디트」전문회사가 등장했다. 서울지역 뿐만 아니라 대구의 대구 백화점, 부산의 동아백화점 등 지방의「카드」업계 진출도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성복「메이커」인「선번」도 미미하나마 자체 판촉을 위해「멤버십」형태로「크레디트·카드」판매를 실시하고 있다.「카드」에 의한 매출도 크게 늘어 작년 말 현재 1백50억원에 이르고 있다.
「크레디트」업계는 울해 예상 매출규모를 2백2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국내에서「크레디트·카드」에 의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신세계 백화점으로 작년의 경우 77억7천6백만원의 매상을 올려 전체 매출의 27·9%나 된다.

<일 백화점 매상의 20%>
일본의 백화점들이 총 매출에 대한「크레디트·카드」판매 규모가 15∼20%수준인 것에 비하면 신세계가 앞질러 있는 셈이 됐다.
그러나 미국 백화점의 경우「크레디트」판매가 전체의 55∼65%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도파 백화점은 지난해 3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카드」전문회사로는 한국 신용「카드」가 15억원의 매출을 올려 수위를 차지했다. 이같이「크레디트·카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자 지난 9월부터 국민은행이「크레디트」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크레디트·카드」판매의 시장 규모가 커지자 은행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회원수의 경우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신세계로서 현재 9만5천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그 다음 미도파(7만명),「롯데·쇼핑」(4만7천명), 대한보증 보험(3만명).「코리언·익스프레스」(2만명) 등의 순이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포 수의 경우 대한 보증보험이 9백60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코리언·익스프레스」(8백50개)순
가맹 점포도 다양해져 처음에는 유명「메이커」의 의류판매상, 유명 음식점, 전자제품 판매상에 국한되던 것이 지금은 미장원·이발소·「콜·택시」·술집 등 자그마한 구멍가게까지도 보급되고 있다.

<지불 기일은 25∼43일>
생활 구석구석까지도「카드」만 있으면 통용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체 판매기구를 갖고 있는 백화점의 경우 극히 제한된 가맹점을 갖고 있었는데 신세계의 경우 3백23개, 「롯데·쇼핑」이 95개로 나타났다.
「크레디트·카드」로 물건을 사고 돈을 내는 사이의 기간은 25∼43일로 되어있어 아직은 외상기간이 외국에 비해 짧은 편이다.
또 제때 물건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 연체료를 물어야 되는데 대부분이 4%선이며 국민은행이 가장 낮아 연29%의 연체료를 물어야한다.「크레디트·카드」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은 대부분의「카드」회사가 거의 비슷비슷하다.
상장회사나 유명 대기업체의 임직원, 자유업을 하는 의사·약사·변호사·회계사 등 비교적 수입이 일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한적이나마 일반 상인에게도 회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으나 회원 가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일반회사 직원이나 공무원의 경우 동료 2인의 연대보증만 있으면「크레디트·카드」회원이 될 수 있다.「카드」로 인한 구입한도는 대부분의 회사가 3∼4단계로 구분, A급「카드」 소지자가 월50만원, C급「카드」가 5만∼10만원 선이다. 월급에 상응하는 한도를 주어 무리한 외상거래를 억제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크레디트·카드」 회원에 대해 할인·선물 증정 등 많은 혜택을 줘 지속적인 고객확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뛰어 들어>
지난 9월말 국민은행의 진출로 기존「크레디트·카드」사는 비상이 걸려 있는 실정이다. 은행이란 배경을 업고 등장한 만큼 신용이 높아 점차 기존 가맹점을 경쟁적으로 흡수해 갈 전망인데다 연체료 등이 기존사보다 낮아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 가맹점의 확보를 위해 개점을 위한 융자 등을 장점으로 내걸고 있어 기존「카드」전문업체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도 은행의 진출로 많은 기존「카드」전문회사들이 타격을 받아 군소업체가 도산한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무리가 아닐 것이다.
또「카드」사용이 무분별한 소비를 초래해 분에 넘치는 상품구입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잠실에 사는 K사 사원인 L씨는 얼마전 밤늦게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카드」를 분실한 적이 있다.
며칠이 지난 뒤 이를 안 L씨는 뒤늦게 이를 신고했으나 자기 월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상품을 다른 사람이 사간 뒤였다. 물건도 못보고 돈만 물게 됐다.
「카드」만 보이면 누구에게나 물건을 내주기 때문에 분실에 대한 피해를 본 것이다.
또 분실사실을 즉시 신고했다 해도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전산 장치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든 가맹점에 알리는데는 며칠이 걸린다.
역사가 짧은 만큼「카드」제도 자체가 소비자를 위한다기보다는 발매회사의 고객 확보가 주안이 된 점도 있다. 가입 자격을 큰 회사의 임직원급으로 제한하고 있어 특권층(?)의 조장이란 평도 나오고 있어 보다 넓은 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바람직하다.
「크레디트·카드」회사의 설립에 대한 아무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향후「크레디트·카드」판매확대와 더불어 부실한 회사의 난립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윤석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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