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공백 메울 퇴직연금 일시 수령 유혹 떨쳐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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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을 탈 때까지 중간계투 성격의 노후준비 수단이다. 보통 퇴직후 7~10년동안 소득공백기를 겪게 되는 데, 이를 메워줄 구원투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있으나 마나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겉돌고 있다.

 퇴직 전 소득에 대한 소득대체율만 보더라도 2012년 기준 13%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40%, 공무원연금 63%와 비교된다. 소득공백기 동안 퇴직자의 삶의 질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이같이 낮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과 무관치 않다.

퇴직연금의 부실운용 문제는 어쩌면 가입자의 자업자득이랄 수 있다. 근로자들은 마지막 희망인 퇴직연금만큼은 절대 까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안전 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회사가 사외에 퇴직금을 적립하는 확정급여(DB)형이든, 가입자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이든 원금보장형이 주류를 이루는 건 그래서다.

 게다가 퇴직하기 무섭게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찾아가 버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급자 가운데 98%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다고 한다. 연금이란 말이 무색해 진다.

 꼭 노후보장 측면이 아니라도 연금은 저금리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연금 100만원은 금리 5%일 때엔 연소득 2억4000만원의 가치가 있지만 금리 3%인 경우 그 소득가치는 3억원으로 올라간다. 뒤늦게 나마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 차원에서 세제혜택 부여, 가입자의 운용 자율성 제고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가입자 스스로가 연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시금의 유혹을 떨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봤자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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