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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동면 백88만의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설>
「11·21」창당활동 허용 조치는 「제5공화호」의 궤도 진입을 알리는 첫 신호라 할수 있다.
새 헌법에 『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대통령 선거일 3개월 이전까지는 새로운 정당의 설립이 보장된다』는 부칙 조항이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이전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 조치로「내년6월 이전 제5공화국 출범」이라는 정치일정의「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이로써 지난 5월17일 계엄 포고에 의해 기이적으로 묶였던 정치활동이 또 다른 계엄포고에 의해 부분적이나마 재개될 수 있게 되어 정계는 1백88일간의 긴 정치 동면에서 깨어나게 됐다.
정치활동이 금지됐던 지난 6개월 사이 ▲모든 정당과 국회가 해산됐고 ▲8백35명에 달하는 각계 인사들이 일단 정치활동 규제 대상자로 묶였으며 ▲고 박정희 대통령 이후의 한 시대를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되던 김종필·김영삼·김대중 등「3K」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퇴장하는 등 우리나라 정치 사상 유례없는 진통과 변혁을 겪었다.
이번 조치에 이어 현재심사가 진행 중인 정치활동 규제 대상자에 대한 구제 조치가 내주 초에는 나올 것이며 이어서 신당 작업이 본격화돼 이른바 정치계절에 들어선다.
「창당활동」이나「정당기구 운영」이라는 단서가 붙은 부분적인 정치활동의 허용이기는 하지만 비상 계엄령이 발효 중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자유로운 정당의 창당 활동을 보장하는데 국한된 것이고 창당활동을 보다 가속화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옥내 모임에 집회계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정치적인 위축감이 크게 해소되게 됐다. 이에 따라 정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구 정치인·입법의원 및 새 시대를 주도하게 될「파워·엘리트」들에 의한 정당 창설활동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이며 내주부터는「베일」에 싸여 있던「새 인물」들이 점차 선을 보이게 될 것 같다.
정치활동 규제대상자 중 상당수가 풀러나 여든 야든 창당 작업에 합세하면 신당 결성은 더욱 촉진될 것이 확실하다.
창당 절차를 보면 중앙에서 창당 준비기구가 먼저 발족되어야 한다. 준비위를 구성하기 위한 발기인은 20명 이상.
창당 준비위가 구성되면 중앙선관위에 등록하고 그 후에 지구당 창당(발기인 10명 이상) 을 벌일 수 있다. 지구당 창당이 전체 지구당 수의 4분의1이상일 때 중앙당의 창당이 가능하다. 이런 절차를 밟자면 적어도 20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새 정당의 창당은 빨라야 12월 중순에나 가능해질 것 같다.
신당은 구 여당계 인사·「파워·엘리트」·일부 구 야당계 인사 및 학계·언론계·실업계 등의 신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새 여당과 구 야당계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2개의 신 야당 및 혁신계 정당 등 4∼5개가 창당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수는 전두환 대통령의 새 여당 참여 여부, 국회의원 선거법 및 정치자금에 관한 법 등의 윤곽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당의 자유로운 창당 활동을 보장하고 촉진한다는 점에서「11·21」조치는 환영을 받는다.
창당→대통령 선거를 위한 선거인단 선거→11대 대통령 선거→11대 국회의원 선거→5공화국 출범 등 빽빽한 정치 일정을 감안한다면 정치 활동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 요청이다.
또 내년 2, 3월중의 대통령선거 일정에 맞추자면 11월중에 창당 활동을 허용한 것이 적절한 조치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치활동 규제 대상자에 대한 적격관점도 빠르면 빠를수록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어쨌든 창당의「이미지」가 새 정치의 얼굴을 그릴 것이기 때문에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 그리고 창당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깨끗하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치판도를 예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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