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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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11일 발표한 4개 세법의 개정안은 기업체질 강화, 부동산 경기의 자극 등을 주요목표로 삼고 있으나 극히 제한적인 내용에 그친 감을 준다.
경기회복 효과도 거두어야겠고 기업의 경영체질도 개선해야겠다는 의욕은 있으나 과감한 세제 개혁을 단행하다가는 세수 결함이 예상되기 때문에 극히 한정된 세제보완이 되고 말았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비공개법인에 대한 차별세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공개촉진이라는 명분에만 쫓겨 세제상의 차등만 확대함으로써 졸속 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고 비공개법인의 사내 유보는 저해했던 모순은 시정하는 것이 마땅했던 것이다.
1만9천2백개의 법인 중 비공개법인이 98·2%를 점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현실에 적응한 세제 개혁으로 올바른 방향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교육세의 신션 유예는 일만 세목이 확정, 실시되면 조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므로 세부담 증가를 억제하는 측면에서나 미 세기술상의 문제를 좀더 신중히 연구한다는 필요에 있어서나 바람직하다.
이처럼 고정적인 개정방향에도 불구하고 세법 개정안이 미흡하다는 감을 주고 있는 것은 그동안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건의했던 사항들이 별로 반영되지 못했다는데 있다.
광범위한 조세 체계의 조정으로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자는 것이 경제계에서 제시한 세제 조정의 줄거리였던 것이다.
즉 우리 경제는 장기간에 걸친「인플레이션」의 진행과 경기침체로 매우 어려운 여건 하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수단은 조세정책의 활용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인플레이션」을 수반하지 않는 경기자극 효과는 조세 부담의 경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를 위해서는 최소한 소득세 및 부가세율의 인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그렇다.
소득세율의 인하는「인플레이션」에 의해 잠식당한 정액소득자의 실질소득을 보전해 주어야할 당위성을 논할 것까지도 없다.
정부는 내년부터 임금 인상과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단절토록 대폭적 임금상승을 억제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세율 인하로 정액소득자의 수입을 실질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고려함직 하지 않은가.
그것은 가계의 구매력을 보강해주어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경기대책의 일환이 되고도 남는다.
부가세율의 인하는 기업의 원가부담을 낮추어 물가전쟁과 기업체질 강화에 도움을 주고 유통을 촉진하여 경기회복을 뒷받침한다.
소득세·부가세율의 인하가 반드시 뒤따라야겠다는 것은 비「인플레이션」적인 경기대책의 필요에 적합한 까닭에서다.
정부로서는 세수의 차질로 내년 예산 집행에 무리를 초래할 것이 아니냐는 걱정으로 조세부담 원화에는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경제문제가 경기 대책이라면 정부는 공채를 활용하여 세입을 메우는 방안을 동원할 수도 있지 않은가.
탄력적인 조세 정책은 목전의 징세 극대화보다는 세원의 보호·육성으로 안정적인 세수를 기하는데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세원이 피폐되는 현상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이 압박을 받더라도 경기를 회복시켜 세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할 것인가.
경기침체, 물가품귀의 고통은 정부·기업·가계가 분담해야하되 가장 효율적인 대응수단의 채택은 오직 정책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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