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름세로 물가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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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율이 왜 계속 오르기만 하는가. 유동화 시켰던 지난 2월말이후 12%가 올랐다. 금년들어서 34%가 오른 것이다. 당국의 설명으로는 우리나라 물가가 외국에 비해 너무 올라 원화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환율을 실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이렇게 계속 오르니까 「환율은 늘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온 종래에 비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볼때는 환율을 한꺼번에 대폭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충격이 덜하다.
환율이 오르면 당장 득을 보는 것이 수출업체들이다. 당국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환율실세화를 강행하는 속셈도 바로 부진한 수출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다.
수출업체로서는 1「달러」짜리를 팔면 5백80원 받던 것이 이제는 6백50원을 받게되니까 환율인상에 따라 앉아서 이득을 보장받게 된다.
심지어 값이 비싸다고 돌아서는 「바이어」들에게도 값을 깎아서 팔 수 있다.
수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반대로 그만큼 비싸게 사와야 하니까 손해다.
이렇게 되니까 3개월 후의 수출전망을 알리는 신용장 내도액은 9월 한달동안에 35·8%(전년 동기비)나 늘어났고 수입을 나타내는 IL발급실적은 0·1%에 그치고있다.
이같이 수출은 늘고 수입은 강력히 억제되고 있어 금년들어 크게 벌어진 국제수지적자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답장 눈에 보이는 효과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부작용 역시 심각하다.
우선 환율인상은 자동적으로 물가를 올린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10%오르면 도매물가를 5%가량 올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당국이 분석한 바로도 지난 9월말까지 오른 34%(연율)가운데 환율요인이17%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8월 14·7% 석유값 인상 때는 환율 인상요인이 6·5%나 차지했었다.
지난8월 석유값 인상이후 환율이 약5%올랐으니 그만큼 유가인상요인을 안고있는 셈이다.
이렇게 물가가 계속 오르면 지금 당장은 잘 되고 있는 수출도 얼마가지 않아 원료값·임금이 올라 다시 경쟁력을 잃게된다.
원자재 값이 오르니까 가득률이 낮은 수출업종은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좋을리가 없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수입 중에서 수출을 위한 원자재수입이 30%나 차지하고 있어 환율을 울려도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기업들이 안고있는 빚이 60억「달러」나 되므로 환율이 오르는 만큼 원리금상환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상반기 동안의 추가부담은 6천억원으로 나타났고 유동화 이후 10월중까지만 따져도 4천억원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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