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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본 소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득룡 농협중앙회장과 이동용 수협중앙회장이「모스크바」에서 열린 ICA(국제소비자협동조합연맹)27차 총회에 참석하고 21일 하오 귀국했다. 이 회의는 지난8일부터 50여 개국 9백여 명이 참석, 국제소비조합운동에 관해 협의했다. 다음은 두 이 회장의 소련인상기다.

<농협중앙회장 이득용씨 친절한 안내원…외국어 실력 대단>
동경에서「모스크바」까지는 일본항공의 DC-8기로 꼬박10시간 걸렸다.「모스크바」의 첫 인상은 건물이 큼직큼직하고 도로가 넓다는 것이었다.
규모가 크면서 역사가 오랜 도시라는 느낌을 갖게됐다. 겉으로 봐선 서방의 한 도시와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거리에는 전차(일부지역)·「버스」·「택시」·「콜·택시」·「트럭」·「트롤러·버스」등이 다녔고 지하철도 있었다. 지하철은 지하50m와1백m 2가지종이 있었다.
시민들의 옷차림은 아주 다양했다. 빨강·파랑·노랑 등 옷 색깔도 가지각색이었다. 여자들은 눈 화장·귀고리·「매니큐어」를 한 것이 자주 눈에 띄었고 공산국 제복을 입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안내원들의 외국어능력은 대단했다. 소련 국영관광공사인「인투어리스트」소속인 이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고 시험을 거쳐 배치된다고 했다. 한 안내원은 통역1명을 교육시키는데 보통 5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소련관리들도 비교적 친절했다. 분과위원회에서 우리측 명패를「사우드 코리아」라고 표기해 수협 이동용 회장과 함께 항의, 그냥「코리아」나「리퍼블릭·오브·코리아」로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소련협동조합 외국부 차장이라는 사람이「리퍼볼릭·오브·코리아」로 바꿔줬다.「레닌그라드」를 3일간 관광했는데 이 도시는 관광도시로 굉장히 개발한 것 같았다. 관광「버스」가 이곳저곳 수십 대 서있었으며 거리는 관광객으로 붐볐다.「레닌그라드·호텔」앞에는 노일전쟁, 1·2차 대전, 10월 혁명에 참가한 옛날 군함이 전시되고 있었다.

<수협중앙회장 이동용씨 올림픽 때 안 팔린 기념품 쌓여>
우리들은 입소 전에 소련의 국영관광공사인「인투어리스트」일본지사에「호텔」비용·식사 대·차비까지 모두 일괄납부, 이 회사의 안내에 따라 행동했다.
우리가 투숙한「코스모스·호텔」은 25층에 방이 3천5백 개나 되는 초대형 현대식 건물이었다. 소련이「올림픽」경기에 대비해 새로 지은 것이다.
한「택시」운전사는 소련정부가「올림픽」경기를 위해 굉장한 준비를 했으나 손님들이 안 와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가게마다「올림픽·마스코트」인 새끼 곰을 비롯해 기념품이 아직도 그득하게 쌓여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줄서기에 익숙한 듯 가게 앞에는 물건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이 많았다.「코스모스·호텔」에서 북한사람들 25명을 봤으나 얼굴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관광객인 듯 했으며 여자2명도 끼어있었다.
「모스크바」의 날씨가 쌀쌀해 옷가게에 가서「코트」를 한 벌씩 샀다. 값은 3벌에 2백 「달러」줬다고「모스크바」에서「레닌그라드」까지 기차로 갔다. 침대차인데 우리 나라의 침대차와 비슷했다.
「모스크바」에서 서울에「텔렉스」를 보내려 했으나 우리 나라의 「코드·넘버」가 없어 못했다. 전화도 하려했으나 통화하지 못했다. 전화는 월요일에 한해 일본과는 통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소련의 수산관계국장급에게「캄차카」반도에서의 원양어업을 허용하라고 요청했더니『일단 검토해 볼만한 문제다』라고 대답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ICA 집행위원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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