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맞추어 아이를 낳는 젊은 산모들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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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원시의 역학과 현대의학이 야합(?)하는「사주 맞춰 아이낳기」가 젊은 임산부들 사이에 번지고있다. 「사주맞춰낳기」란 점장이가 점친 좋은날과 매를 골라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는 것. 70년대 초부터 무통분만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제왕절개수술은 「사주팔자」까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더욱 성행하게 된 것이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지난72년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임산부가 전체의 12%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24·4%로 2배이상이나 늘었다.
이들 임산부들 중에는 물론 사주를 맞추기 위한 것외에도 정상분만에서 오는 몸균형의 변화를 막기 위해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날씬하고 균형잡힌 몸매를 계속 유지하고싶은 여자의 욕망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젊은층,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임산부들 가운데서 사주를 맞추기 위해 수술로 출산을 조절하려는 경향이 늘어나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달 20일 K병원에서 분만한 조숙영씨(27·가명·서울 압구정동 영양「아파트」)는 「사주맞추기」 수술을 했다가 실패한「케이스」.
E여대를 졸업, 3년전에 결혼한 조씨는 점장이로부터 『태아가 용상을 가진 아들인데 음력 추석(양력 9월23일)인시(새벽 3∼5시)에 낳으면 큰 인물이 된다』는 점괘를 받았다.
조씨는 점장이에게 사례금으로 20만원이나 주고 부적까지 만들었으나 분만예정일(9월27일)보다 진통이 1주일이나 빨리오자 다시 점장이에게 연락, 분만시간을 점괘로 풀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용상을 가긴 아들대신 딸을 낳았다.
김진실씨(25·가명·서울반포동신반포 「아파트」)는 사주에 맞추어 낳느라고 분만예정일을 앞당겨 조산하는 바람에 아기를 20일동안이나 「인큐베이터」에서 길러야했다.
김씨는 음력 7월24일(양력9월3일) 축시(새벽1∼3시)에 낳아야 좋다는 점괘를 믿고 분만예정일을 18일이나 앞당겨 낳았다.
이 때문에 김씨는 7일간 입원비와 「인큐베이터」사용료 등 1백36만원을 더 부담해야했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수술은 정상분만보다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궁내막염·호흡기감염·모성이환·과다출현·과다마취 등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산모의 사망률이 정상분만에 비해 2∼3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왕절개수술은 의료숫자면에서 정상분만(15만∼25만원) 보다 4∼6배(60만∼1백20만원) 비싸다.
고대사회학과 임희섭교수는 『특히. 고등교육까지 받은 여성들이 미신을 믿고 과학의 힘을 빌어 신생아의 사주생시를 맞추겠다고 하는 발상은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지 않는 가치관의 부재현상』이라고 지적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현대인의 병리적 정신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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