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에볼라 확산에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 선언

중앙일보

입력

세계보건기구(WHO)가 8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이라·나이지리아 등 에볼라 발생 국가에선 전염 차단을 위한 비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 대한 광범위한 여행 금지를 권고하지는 않기로 했다. WHO는 지난 이틀 간 긴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WHO 관계자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맹독성 때문에 특히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WHO 집계로는 지금까지 1711명이 감염됐고 그 중 932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54%에 달하는 셈이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건 2009년 1만8000명이 숨진 신종플루 사태와 지난 5월 파키스탄·시리아 등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며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라이베리아는 군 부대를 동원, 에볼라가 발생한 동부 지역을 봉쇄했다. 수도인 몬로비아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웃인 시에라리온도 군경을 통원해 발병 지역으로 사람ㆍ물자 통행을 차단했다.

한편 미국 보건당국은 2009년 신종 플루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에볼라 경보를 최고 단계인 ‘레벨1’(1∼6단계)로 격상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더 많은 보건인력과 물자가 투입되게 된다.

서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실험단계인 에볼라 치료제를 아프리카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중국은 3000만위안(50억원)어치의 구호품과 의약품을, 영국은 300만 파운드(52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두 국가는 각각 100만위안, 200만 파운드를 내놓았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