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시겠습니까|서석준 상공부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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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상공부 일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여 기획원 일에 비하면 재미가 있읍니다.』
서석준 상공부장관은 취임 후 1개월 남짓 지났을 때 이렇게 실토했다. 기획원에서 관리생활을 시작하여 불과 15년만에 차관까지 오르고 청와대경제수석·총리실행정조정실장을 거쳐 상공행정을 맡은 서장관과 한달 쯤 일을 같이해온 상공부관리들은『서 장관이 몸에 걸맞는 옷을 찾아 입었다』고 비유한다. 그만큼 모든 일에 능소능대하다.
『상공행정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중공업2차 조정은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관련업계를 궁지에 몰아넣지 않도록 무리를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업계의 자율조정은 역시 예상대로 안되게 되어있더군요.』
관련업체 17개 사의 이해가 엇갈려 문제였으나 업계는 조정결과에 별다른 뒷말이 없어 다행이란다.
모두에게 만족을 못 주게 되어있는 만큼「불만의 공평화」에 노력했다 한다.
-또 다른 투자조정이 남아있습니까?
『이제 별다른 게 없습니다. 다소 중복·과잉 투자된 분야가 있다면 업계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유도하겠읍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자기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힘쓰겠습니다.』 그후 문제는 경영책임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중화학 투자조정은 물론이고 어떤 정책이든 기업의욕을 저상해서는 안되고, 기업측의 희생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화학공업은 수출주도 산업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되겠어요.』오랜 경제관료생활에서 몸에 밴 합리성과 경제논리가 엿보인다.
『기업윤리는 누가 강요할 것이 못되고 기업인이 각자 양심에 비추어 상식선에서 정립될 수 있다고 봐요. 원래 부에 대한 기준이 동·서양에서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합요소까지 겹쳐 우리 나라의 기업인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지요. 서구 선진산업사회서는 기업인들이 축적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시스팀」이 확립되어있으나 물질을 천시하는 급진산업사회에서는 부의 축적도 급작스럽고 번 돈을 올바르게 못써 사회지탄을 받는 예가 간혹 있습니다.』 요즘 고조되고있는 기업비리론에 대해 그 나름의 확고한 소신을 펴면서 기업인의 자율을 당부한다.
서 장관은 수출증대, 산업구조개편 내지 강화, 중소기업진흥을 상공행정 기본정책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란다. <글 김경철 기자 그림 박기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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