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군인연금 개혁, 지금 아니면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부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관료·군인 사회에 대한 개혁 여론이 빗발치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망 이후 “관료는 부패와 결탁하고 군 간부는 사병을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연금은 과도하게 챙겨간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청와대가 먼저 당에 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 메시지를 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시기도 적절하다. 앞으로 20개월간 큰 선거가 없다. 연금개혁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단 얘기다. 연금개혁은 워낙 변수와 반발이 많아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초 담화에서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도 “3대 공적연금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는 문구를 넣는 등 의지를 다졌다. 게다가 안종범 경제수석은 2기 경제팀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에서 공적연금개혁분과위원장을 맡아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청의 개혁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기대가 크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철저히 해내야 한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3대 공적연금은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국고에서 돈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엔 약 2조원, 군인연금엔 1조원 넘는 돈을 국고에서 보전했다. 이 정부 5년 동안 두 연금 적자 보전에만 22조원이 필요하다. 2년치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사학연금도 20년 후엔 고갈될 전망이다.

 공적연금은 나랏빚에도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해 나랏빚 1117조원 중 연금충당부채가 596조원으로 절반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의 연금지급 의무에 따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채다. 우리나라처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 연금충당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쉽다. 실제 지난해 늘어난 나랏빚 215조원 중 대부분(159조원)이 연금충당부채였다. 이들 연금을 그대로 두고선 나라에 미래가 없다.

 공적연금 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 중 난제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거센 데다 관료 주도의 ‘셀프개혁’으로 시늉만 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개혁은 개혁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을 43%나 깎았지만 공무원연금은 25% 깎는 데 그쳤다. 연금 수령 연령도 2010년 이후 새로 가입하는 공무원만 65세로 늦추는 등 반쪽짜리 꼼수 개혁이었다. 이번엔 국회가 주도해 관료가 개입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공무원·군인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령·직급·근속연수별 연금액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혁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장기적으론 민·관·군의 구별을 없애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적연금 개혁에 이 정부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