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해결, 태국·미얀마 관계 참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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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씨하삭 푸엉껫캐우 태국 외교장관대리. [뉴시스]

“일본 정부가 과거사(잘못)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일 양국이 윈윈 관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난달 28~29일 서울에서 열린 제4회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씨하삭 푸엉껫캐우 태국 외교장관대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3국 외교장관으로는 드물게 일본의 과거사 잘못을 지적했다. 씨하삭 장관은 “일본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은 변하지 않는다. 독일이 주변국들에 취한 태도를 참고해 새 역사를 써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의 역사는 복잡하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는 태국과 미얀마의 관계를 참고해야 한다”며 “태국과 미얀마는 과거 대신 미래를 보고 함께 번영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강조했다. 메콩강을 사이에 둔 두 나라는 미얀마의 바인나웅 국왕이 1563년 태국 아유타야왕조를 공격해 수도 아유타야를 점령하는 등 300여년간 전쟁으로 점철됐다. 그러나 과거사 화해와 협력이 상호 이익이라는 걸 인식하고 2002년 국경을 전면 개방했다. 그 결과 경제 협력이 가속화하며 지난해 태국은 미얀마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고, 태국도 미얀마의 에너지·제조 산업에 지금까지 70억 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씨하삭 장관은 잉락 친나왓 전 정부가 추진하다 중단된 한국수자원공사의 태국 종합물관리사업와 관련, “2011년 대홍수를 겪은 태국은 이 사업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예산 등을 재검토한 뒤 진행하려 한다”며 “한국수자원공사의 열의가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 중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감면 등 한국·일본 등 외국 투자자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월 과도정부가 출범해 새 헌법을 제정하고 정치 개혁을 실행할 것”이라며 태국 정정 불안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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