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입법권 거래하는 '정피아', 관피아보다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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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계륜·김재윤·신학용 등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 3인이 관련된 서울종합예술실용전문학교(약칭 서종예) 로비 의혹은 일반적인 불법정치자금보다 질이 훨씬 나쁘다. 국회의원이 입법권을 거래하는 일종의 ‘입법장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비리로 그치질 않고 입법질서를 교란해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친다.

 ‘서종예’의 김민성 이사장은 ‘직업전문학교’라는 원래의 명칭을 일반 학교처럼 바꿔 학생모집 등에서 이득을 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라는 명칭을 쉽게 허용하면 수험생들이 일반학교와 직업학교를 혼동할 염려가 있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 4월 법안심사에서 다른 의원들이 반대했는데도 신계륜 환노위위원장 등의 뜻이 관철됐다. 국회는 입법권을 내놓고 로비 청탁자는 돈을 내놓은 혐의가 짙다. 신계륜·김재윤 의원은 평소에 김 이사장과 친목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물질적으로 지원한 의혹도 있다. ‘입법장사’의 돗자리가 깔렸던 셈이다.

 입법을 위해 뇌물 또는 편법의 금품이 제공되는 사건은 4년 전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들이 2009년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특별회비를 모은 뒤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여원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했다. 청목회는 회원들이 10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하는 편법을 썼는데 대법원은 이를 불법후원으로 판시했다.

 현재 또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하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2011년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퇴직한 직후부터 2012년 4월 총선 전후까지 철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이 경우도 업체가 그를 국회 로비스트로 활용하려 한 의혹이 있다.

 작금 벌어지는 일련의 수사는 금피아(금융권)·해피아(해운)·철피아(철도) 등 이른바 ‘관피아’ 못지않게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관련된 ‘정피아’의 폐해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회는 윤리위심사의 강화 등 그동안 미뤄온 개혁 방안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