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신「캠퍼스」에 다시 이는 면학열|수업일수 보충에|휴식 잊은 대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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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상아탑의 광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라일락」과 철쭉의 훈향 속에서 혼돈과 진통을 안고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이「샐비어」가 불타는 초가을, 정든「캠퍼스」로 돌아온 것이다.「아크로폴리스」광장과 석탑 아래에서, 백양로에서 만난 학우들, 그리고 스승과 제자는 서로 얼싸안았다.
장미만큼 지루했던 지난여름을 도서관과 거리에서 방황하며 지냈던 학생들은 그 동안 못보았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가움에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5·17휴교」조치후 1백9일-. 지난3일 23개 4년제 대학이 처음 문을 연이래 10일에는 고려대·서강대·이대·전남대·조선대 등 8개 대학이, 11일엔 연세대등 4개 대학이, 12일엔 서울대가 잇달아 문을 열었다. 전국85개 대학중 16일 현재 한국체육대를 뺀 84개 대학이 개강, 학원은 정상을 되찾았다.
학생들의 평균 출석율은 95%. 저마다 강의실과 도서관·연구실에서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모자라는 학업보충에 여념이 없다.

<과외금지로 새 장학대책도>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관과 도서관사이의「아크로폴리스」광장 잔디는 지난봄 학원사태 때 밟혀 죽었다가 지난 여름동안 정성 들여 가꾼 덕에 융단처럼 다시 자라났다. 그때 푸르름을 더해가던 학생회 관과 도서관 길목의 은행잎도 벌써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사회대 입구 잔디밭에서 만난 정재흥군(20·사회학과2년)은『다시 자란 잔디밭을 보니 대학의·어제와 오늘을 알 것 같다』며『또다시 문을 닫는 불행한 사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휴교기간 중 발표된「교육개혁방안」등 엄청난 변모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에 적응하려는 분위기는 진지했다.

<개학 때맞춰 환경도 말끔히>
권이혁총장은「개강 후 지난5월과 같은 시위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면학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는 관악「캠퍼스」에 2천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을 연내에 착공하는 등 시절을 확충하고 과외금지조치로 일자리를 잃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근로장학금 의에 앞으로 5년 동안 5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장학정책도 발표했다.
『철쭉꽃이 지고 붉은「샐비어」가 핀 교정을 보니 세월이 많이 간 것 같아 감회가 깊다』는 고려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강상호군(25·중문과3년)은『학생운동을 학술적·학구적인 측면으로 활성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천3백여 석의 도서관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연세대는 3개 기숙사를 도배·도색하고 경영대 앞에 샛길을 내는 등「캠퍼스」의 조깅을 새롭게 했다.
한편 연세대가 주관인 이번 가을의 고·연정기전은 예년처럼 개최될지 아직은 미정이지만 학생들의 부푼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이대생들은 검소한 옷차림에 진리탐구의 자세를 다짐하고 있다.

<겨울방학도 걸러야할 형편>
대학들은 이와 같은 표면적인 변화 외에도「7·30교육개혁」에 따른 ▲실험대학의 확대▲학점의 축소(1백60학점에서 l백40학점)와 수업체제의 개선 ▲「커리큘러」의 조정 ▲학과조정 ▲졸업정원제 실시에 따른 입학정원 조정 ▲학도호국단 개편 등으로 분주하다.
거기다 지금까지 교수의 강의 중심에서 학생 스스로 연구하는 과제물 중심으로 바꿔야한다.
또 학생들은 81학년도 신입생부터「30%의 탈락생 범의」에 들지 않기 위해서 밤을 밝혀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법정수업일수 미달 위협을 받고있는 경희대·한양대·세종대·조선대 등은 일요일수업과전일수업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4개 대학의 1학기중 수업일수는 34∼43일 밖에 안돼 겨울방학도 없이 수업을 강행해야 한다. 서울대·연대·고대 등은 1학기 중60일 이상수업을 해내 년1월말∼2월초까지 수업하면 법정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대학의 문을 열렸다. 지성과 사색의 산실이며 학문의 요람인 대학과 대학생-. 내일의 한국을 짊어질 그들에게 거는 일반의 기대는 크다.
글 김광섭기자
사진 최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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