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통합 다시 '안개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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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돼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불확실해졌다. 정부와 민주당이 직장.지역보험의 7월 통합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재정 통합 2년 유예를 추진하겠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16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과 김화중(金花中)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1999년에 만들어진 법안을 토대로 7월부터 보험 재정을 통합키로 합의했다.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직장.지역 의료보험 간 재정 형평성 문제가 해소됐고 지역.직장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률도 비슷해지는 등 7월 시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순(金聖順)의원도 "재정통합을 전제로 한 직장과 지역 간 조직통합 과정에서 5천명을 구조조정했고 전산통합을 위해 4천억원이 소요됐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통합을 다시 2년간 유예하는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상배(李相培)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직속의 국민건강보험 제도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 2년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 법안을 6월까지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르면 다음주 '국민건강보험 제도개혁 특별위원회 설치운영특별법'을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이원형(李源炯)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입장이 갈림에 따라 사회단체 간의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직장건강보험노조 등 재정보험 분리파들은 "직장인은 소득이 노출돼 있는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그렇지 않아 통합시 직장인들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며 통합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지역건강보험노조.건강연대 등 통합파는 "통합 반대는 명분일 뿐이며 실업자 등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고 맞서 있다.

2001년 말의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2002년 1월 논란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정통합 추진을 1년6개월간 유예키로 합의한 바 있다.

건강보험 전문가들은 해묵은 논쟁의 재연에는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 수립을 위해 준비해야 할 1년6개월의 유예기간 중 정부가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이유로 분리 혹은 통합방침을 세우지 못한 채 표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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