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보 강준치 떼죽음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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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은 멀쩡했다. 녹조도 거의 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물고기가 계속 죽어 나갔다. 그것도 유독 ‘강준치(사진)’라는 물고기만이다. 붕어는 물론 강준치의 사촌 격인 잉어도 아무 이상 없는데 그랬다. 요즘 낙동강 칠곡보에서 하류로 50~100m 지점(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평소에도 강준치가 많이 사는 이곳에서 지난달 21일 처음 죽어 떠오른 30마리가 발견됐다. 그 후 지난 1일까지 12일 동안 모두 537마리가 죽었다. 2일부터는 태풍 나크리 때문에 비가 오고 물이 불어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았다. 계속 강준치가 죽자 지난달 24일 대구지방환경청이 조사에 나섰다. 우선 수질부터 검사했다. 수질에 이상이 있다면 다른 종류의 물고기도 죽었겠지만, 그래도 만전을 기하기 위해 검사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중금속·농약과 다른 독성물질을 검사했으나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물속 산소 농도도 물고기가 살기에 적당했다. 대구환경청은 국립수산과학원에 전염병 검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전염병 가능성 역시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준치처럼 특정한 종류의 물고기만 걸리는 전염병은 이제껏 학계에 알려진 바가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산란 스트레스’ 때문에 강준치가 죽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죽은 강준치는 80% 이상이 산란기 암컷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변명섭 연구관은 “ 이 부근에 강준치 숫자가 크게 늘었다”며 “산란 경쟁 때문에 강준치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칠곡=김윤호 기자

◆강준치=50~60㎝까지 자라는 잉엇과의 민물고기다. 바다에서 사는 준치와 꼭 닮아 ‘강에서 사는 준치’라는 뜻에서 강준치란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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