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래털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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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F·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문난 우표수집가였다. 『우표를 보며 배운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 많았다』는 회고록을 남길 정도다.
이런 일화도 있다. 1941년12월 일본의 해· 공군이 「펄·하버」를 공격했을 때에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표 「앨범」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우표 수집을 영어로는 「필래털리」 (Philately)라고 한다. 1865년 「프랑스」의 취미가「M·에르팽」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말이다. 「그리스」어로 『세금을 싫어한다』는 뜻.
우표에 세금이 따로 붙지 않은 것을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우표는 1835년 「R·힐」이라는 영국인이 착안했다. 우리나라에선 구한말인 1884년 (고종21년) 개화당 홍영유의 진언에 따라 발행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세계각국에서 나온 우표는 대략 30만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우표도 구한말의 55종을 비롯해 이제까지 2천여종이 나와있다.
이런 우표를 전부 모으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토피컬·컬렉션」을 한다. 우표의 그림내용에 따라, 가령 꽃우표· 인물우표· 풍경우표· 악기우표등 갖가지 「테마」중에서 마음에 든 것을 선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필래털리스트」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각국이 경쟁을 하다시피하며 아름다운 우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나라에선 「그레이스·켈리」왕비로 유명한 「모나코」에 우표인쇄를 의뢰하기도 한다. 인쇄술· 도안술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필래털리스트」가 아니라도 아름다운 우표를 보면 절로 즐겁고 탐이 난다.
근년엔 세계 「인플레」속에서 「필래털리스트」들은 우표수집을 따라갈 「투자」가 없다고 말한다. 영국 「런던」의 한 대표적인 우표투자회사는 지난 10년동안 희귀한 우표의 값이 6백38%나 오른 것을 선전하고 있다.
「인플레」도, 부동산투자도 능가하는 비율이다.
요즘 이런 우표투자 「붐」은 우리나라 어린이들 사회에서까지 극치를 이루어 어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무슨 기념우표가 나올때 마다 우체국앞엔 어린이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이번 11대대통령취임 기념우표는 밤샘을 하며 줄을 서서 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귀여운 취미라고 보기엔 민망할 정도의 일이다.
흡사 부동산투기를 뒤쫓는 복부인의 대열같아 고소를 짓게된다. 부모들도 이런 어린이들에게 취미를 가르쳐주면 몰라도 투기를 행여라도 장려한다면 교육상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태는 어린이들이 거울로 삼는다는 것을 어른들은 언제나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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