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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英, 약탈 문화재 회수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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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엔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이라크 전쟁 와중에 약탈.파괴된 이라크 문화재 살리기에 나섰다.

이라크를 제외하고 가장 큰 메소포타미아 유물 컬렉션을 자랑하는 대영박물관은 15일 유엔에 이라크 문화재 밀매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또 박물관 측은 치안이 회복되는 대로 9명의 전문가를 바그다드에 파견, 약탈 문화재 회수와 유적지.박물관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영박물관은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에 소장됐던 문화재 목록을 연합군에 배포해 회수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바그다드 국립박물관과 모술.바스라의 지방박물관 등에서 약탈당한 바빌론.수메르.아시리아 시대 유물은 모두 17만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에는 함무라비법전 서판을 비롯해 5천년 이상된 금 하프와 고대 조각상 등이 포함돼 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도 조사팀을 구성, 이라크 유적과 박물관 상태를 조사하고 복구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17일 1차 긴급회의를 열고, 바그다드가 안정되는대로 현지에 시찰단을 파견키로 했다. 또 유네스코는 도난.약탈품의 국외 유출에 대비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와 주변국에 약탈 유물 거래 단속을 요청해둔 상태다.

한편 전쟁 기간 중 유물 보호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미국은 약탈 유물 회수와 파괴된 시설 보수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이라크의 약탈 유물을 소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을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보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때도 박물관 소장품 4천점이 약탈됐지만 이중 회수된 것은 단 두 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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