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油價 어디까지 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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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이 이라크전의 승전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종전 이후 국제 유가의 향방이 ▶이라크의 석유 생산 재개 시점과▶생산 규모▶미국의 대중동 석유전략 등 3가지 요인에 좌우될 것으로 분석한다.

여러 변수를 감안할 때 유가는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20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후 이라크의 석유개발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 대립과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대립이 국제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유가는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의 석유 수출시점=이번 전쟁에서 유전의 피해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르면 수주 내에 석유생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라크산 석유의 수출이 유엔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라크가 걸프전 이후 유엔의 금수(禁輸)조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 수출은 이라크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유엔의 행정.법률적인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은 현재 "이르면 3개월 내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 등은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백악관과 석유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의 1차 목표는 현재 하루 2백만배럴 수준인 이라크의 석유 생산능력을 3백50만배럴로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다 2005년까지 4백50만배럴, 2012년까지 9백만배럴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동맹국들은 이라크 복구비용을 석유수출 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JP모건의 석유전문가는 "매장량 기준 세계 2위의 석유대국인 이라크가 경제재건을 위해 마구잡이로 석유를 수출할 경우 국제 유가는 예상치 못할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OPEC국가들은 "이라크의 현 생산설비로는 하루 9백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위협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라크산 원유의 수출 급증으로 인한 국제 유가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동 석유정책=미국정부는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세계 석유시장을 쥐었다 놨다 하고 있는 OPEC의 현 체제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석유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전쟁 승리 후 OPEC체제를 와해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OPEC 붕괴의 시나리오는 대체로 세 단계다.

전후 이라크 유전개발에 뛰어든 석유메이저들이 생산 및 수출물량을 늘리면 국제유가가 속락하고, 이에 대해 OPEC가 회원국인 이라크에 "생산 제한선을 지키라"고 강요하면 이라크가 OPEC를 탈퇴하며, 다른 회원국들의 탈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는 "미국이 아랍의 '오일 파워'를 빼앗아 국제석유시장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기관들 전망=3가지 변수들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는 당분간 현수준에서 횡보하다가 이라크의 석유 수출 문제가 결정될 즈음에 방향이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WTI 가격이 내년 3분기엔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이라크의 석유수출 급증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경우 일시적으로 유가가 10달러대로 폭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는 24일 긴급총회를 소집해 놓은 OPEC는 이라크 석유생산 증가에 따른 가능한 모든 유가 하락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한편 유가가 OPEC의 목표수준인 배럴당 22~28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수단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임봉수 기자

<유가 전망 3가지 포인트>

① 이라크 원유 수출 언제 재개되나

② 복구비 마련 생산량 얼마나 늘까

③ 미국.OPEC 주도권 쟁탈전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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