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지역 여고생 살해 … 또 악마를 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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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고생이 강요로 성매매를 하다 폭행당해 숨졌다. 숨진 뒤에는 얼굴을 훼손당한 채 암매장됐다. 범행은 성매매를 시킨 20대 남성들이 주도하고 여중생들도 가담했다. 이들의 잔혹한 범행은 최근 1심 재판 도중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창원지검은 지난 5월 경남 김해에 사는 A양(여고 1학년)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살인 등)로 B양(15) 등 여중생 3명과 A양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킨 C씨(24)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이들과 공모하고 폭행 등을 주도한 D씨(25) 등 20대 3명과 여중생 E양(15) 등 4명은 대전지검에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4일 검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3월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C씨를 알게 됐다. C씨는 A양에게 자신의 얼굴 사진 등을 보내 주며 “사귀자”고 했다. A양은 집을 나와 C씨 등과 김해의 한 모텔에서 생활했다. 한동안 친절하게 대하던 C씨는 A양에게 인터넷 채팅 방식으로 원조교제를 시켰다. 모텔에서 함께 지내던 가출 여중생들도 A양과 마찬가지로 김해·부산 등에서 C씨 등의 요구로 원조교제를 했다.

 C씨 등은 2주 만에 A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A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가출 신고한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매매를 강요한 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하루 만에 모텔로 데려왔다. A양은 4월 4일까지 대구 등으로 끌려다니며 성매매를 했다.

 A양이 모텔 내 컴퓨터로 SNS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나자 “위치를 노출시켰다”며 온몸을 때렸다. 주로 D씨 등 20대 남성들이 주도하고 여학생들이 가담하는 식이었다. 울산에서 대구로 거처를 옮기면서 폭행은 잔혹해졌다. 냉면 그릇에 소주 2 병을 부어 마시게 한 뒤 게워 내면 토사물을 먹게 했다. “너무 맞아 온몸이 화끈거리고 답답하니 물을 뿌려 달라”고 하자 팔과 다리에 뜨거운 물을 붓기도 했다. 물도 삼키기 어려워하는 A양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100회씩 시켰다. D씨 등은 A양과 여학생들을 번갈아 가며 일대일 싸움을 붙이고 관람하기도 했다. 결국 A양은 4월 10일 대구의 한 모텔에 주차된 승용차 뒷좌석에서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숨졌다.

 이들은 하루 뒤 경남 창녕의 한 과수원으로 A양의 시신을 옮겼다. 신원 파악이 어렵도록 얼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그을렸다. 시멘트를 반죽해 시신 위에 뿌리고 흙과 돌을 덮어 암매장했다. D씨 등은 이후 대전에서 한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시키려다가 성매수 남성이 여중생을 ‘꽃뱀’으로 의심하자 살해하기도 했다.

 김해 중부경찰서는 딸이 집을 나간 뒤 연락이 안 된다는 A양 부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이들을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법이 잔혹해 20대 남성들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해=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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