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질 많은 식물성식품 먹으면 당뇨 등 성인병 잘 안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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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식물성 식품을 자연상태로 먹으면 동맥경화·심장병·당뇨병 등의 성인병과 변비·장암 등의 질병을 억제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나 자연식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사람들이 식물을 영양원으로 사용하면서 너무나 맛만을 따져 정제해서 먹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현대병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런 연구는 비교적 최근인 70년대 이후에야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밀을 흰 밀가루로 만들어 먹고, 감미료로도 백당을 주로 먹는 서구인들과 자연 그대로를 먹는 「아프리카」인들 사이의 유병율 차이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학자들이 지적하는 정제식품과 자연식품의 중요한 차이는 식품섬유(Dietary Fiber)의 유무다.
우리가 식물을 정제치 않고 섭취하면 그 안의 영양소 뿐 아니라 섬유질도 같이 먹게 된다.
섬유는 소나 말의 소화기관 효소에는 분해·흡수되지만 사람의 경우는 효소에 의해서도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대변으로 나가버린다.
이 때문에 전에는 섬유가 인체에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정제식품이 좋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요즘 들어 섬유, 특히 식품섬유가 건강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돼가고 있다.
식품섬유에는 조섬유(Crude Fiber)와 식품섬유 등 2종이 있는데 식품섬유는 식물세포의 벽을 이루는 「셀룰로즈」·「헤미·셀룰로즈」와「리그닌」·「팩틴」등이 있다.
식품섬유는 비록 소화는 되지 않지만 다른 음식물과. 함께 위와 장을 지나는 동안 3대 영양소로 꼽히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과다섭취를 막는 한편 흡수성으로 인해 부드러운 변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섬유의 주요역할을 보면 탄수화물의 과다섭취를 막아 당뇨병· 비만증 등을 예방하고 지방의 흡수조절로 동맥경화·허혈성심장병을 막아주며 적절한 수분 함유로 변비의 방지, 장기통과시간의 단축으로 장암 등의 발병을 줄여주는 것 등이다.
식품섬유와 동맥경화예방에 대한 실험은 여러 사람에 의해 실시돼 모두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크리체프스키」박사는 토끼에 반정제된 사료와 자연그대로의 사료를 공급, 반정제된 먹이를 먹은 토끼군에서는 「콜레스테롤」치가 상승하면서 동맥경화를 일으켰지만 자연사료를 먹인 토끼군은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도오까이」대학의 「고지마」교수도 목재「펄프」에서 얻은 「셀룰로즈」를 섞은 빵을 먹은 사람들에게서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LDL「콜레스테롤」치가 감소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당뇨병에 대해서도 식품섬유가 많이 함유된 식사로 환자를 치료한 연구가 보고돼 있다.
영국의 「앤더슨」박사는 77년 고섬유식으로 당뇨병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보고했고, 같은 영국의 「젱킨즈」박사는 「인슐린」을 사용하는 당뇨병환자에게 고섬유식을 먹이면 식사후 최고치가되는 혈당이 약 2분의 1정도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식품섬유가 많이 든 밀기울은 대장염과 변비치료제로 여러 후진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육류인 단백질·지방의 섭취가 대장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섬유식을 하게되면 변이 장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대장균의 종류가 변해 장암발병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나 섬유식을 하게되면 위암 발생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어 아직까지는 암발생 이해에서 확실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여하튼 식물안의 섬유가 현대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사람이 외형상으로는 큰 진화를 이뤘지만 내부장기는 아직 초식동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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