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회사 종업원들이 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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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울산 세원기계·시흥 대양제지>
운영난에 빠진 회사를 살리겠다는 근로자들의 열의가 곳곳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문을 닫은 회사를 근로자들이 맡아 재가동하고 어떤 회사에선 봉급을 쪼개 외사운영자금에 보태고 있다. 어떤 어려움을 참고라도 회사만은 살려야 한다는 각오들이다. 불황을 딛고 재기하겠다는 결의들은 처절하기까지하다. 마음을 다징하고 나선 뒤로는 더욱 열심히 일을 하게되고 성과도 그대로 나타나 회사운영에 밝은 전망을 갖게한다.
선박수리 업체인 울산 세원기계공업사(대표 허배·52)는 대표 허씨가 불황에 견디다 못해 부도까지 내 파산직전에 있던 것을 종업원 10여명의 의지로 되살아 나고 있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77년에 설립된 이 회사의 대표 허씨는 지난해 5월부터 선박수리업 외에 「컨테이너」 부품을 생산하는 등 사업확장으로 은행빚이 늘어나 갑자기 기울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는 부도까지 내게돼 26명의 종업원 3월분 봉급 일부와 4, 5월분 급료 1천4백만원을 체불했다.
허씨는 이통에 건강을 해쳐 지난 4월 20일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거래은행인 외환은행 울산지점은 은행 빚 9천만원을 건지기위해 회사를 압류했다.
전기료 2백80만원과 전화료 77만원을 내지 못해 전기·전화까지 끊겼고 6월 4일부터 사실상 폐업에 들어갔다.
공장가동 중지 10여일이 지나자 종업원들은 제각기 새 일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무과장 대리 양한규씨(32) 등 종업윈 10명은 그동안 몸 담아 온 정든 희사가 문올 닫게 된 것이 안타까와 20여일간 매일 출근했다.
지난달 25일 양씨 등은 기술과 최선임자인 남국소씨(36)의 협조를 얻어 회사를 되살리기로 결의했다.
양씨 등 종업원은 6월 26일 우선 회사를 압류한 은행장에게 『종업원들의 힘으로 공장을 재가동해 은행빚을 갚겠으니 공매처분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지점장 이동우씨(40)는 이들의 갸륵한 뜻에 감복, 공매기간을 1년간 연장키로 쾌히 약속했다.
또 울산항 일대의 진양해운·「코리아·케미컬」·범양전용선 등 10여개 선박회사들도 이 소식을 듣고 일거리를 맡겼다.
종업원들이 회사를 운영한지 한달 남짓만에 5백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는 유조선수리에 전원이 매달려 있으나 선박수리 일손의 쉬는 틈을 이용해 무연탄하역장비 2개를 제작, 1백5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기술담담 남씨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양씨는 『앞으로 1년간 월 8백만원의 수입만 올리면 10명의 노임 2백50만원을 빼고 은행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면서 나름대로의 경영설계를 펴고있다. <울산=김병길 기자>
경기도 시흥군 군포읍 당정리 대양제지주식회사(대표 권혁용) 종업윈 1백42명은 7월분부터 봉급의 15%씩을 회사에 자진반납, 회사운영자금에 보태고 있다.
물가고를 따르지 못하는 봉급자의 어려운 생활로선 살을 에는 결행이었다.
지난달 5일 노사협의회(회장 정주영·46)가 열려 결정해 실행되고 있다.
회의에서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 골판지 원지재고 1천3백t에 대한 판매문제를 놓고 머리를 짜던 끝에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우리힘으로 살려보자』는데 백안이 속출, 그중의 한방안이 채택되고 전 종업원의 호응을 얻어냈다.
일부 종업원은 회의결과에 대해 『임금인하는 말도안되는 소리』라고 거부했지만 『회사가 잘되면 더 좋은 대우를 주장할 수 있지않겠느냐』는 동료들의 설득에 하나 둘 호응, 전 종업원이 뜻을 같이했다. 15%씩을 떼어낸 돈은 3백58만5천원.
노사협의회원 이상렬씨(44·새마을주임)는 『봉급 27만원중 4만5백원을 반납했다』며 『쪼들리는 가계부가 걱정이 됐으나 회사가 망하면 그 땐 더 큰일이라는 생각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봉급 14만6천6백원중 2만2천원올 반납한 종업윈 김창기씨(34)는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내손으로 회사룰 살렸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고 또 다른 회사보다 높은 임금을 주장할 권리도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응했다』며 『이제는 회사츨근이 무척 즐겁기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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