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요구하는 새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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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규하 대통령의 하야를 계기로 새로운 정치질서의 전개가 우리눈앞에 다가왔다.
박충동 대통령권한대행의 『현행법 절차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새 국가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는 발언이나 국내외의 여러 가지 정세로 미루어 대통령의 궐위 기간이나 정치일정은 최대한 단축될 것으로 짐작된다.
앞으로 현행헌법의 규정에 따라 통일 주체국민회의가 소집되고 여기서 후임대통령이 선출될 것으로 보이며,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에 의해서 결정되면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선출되고「10·26사태」이후의 과도기는 명실공히 그 소임을 다하고 끝나게 될 것이다.
새 시대, 새 역사가 개막된 이 시점에서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가 과연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일제 36년의 식민지적 잔재를 청산해야하고 80년대의 거창한 출발점에서 있다는 시간성에서 보아도 그렇지만 나라의 명운이 어려울 때일수록 현명한 지부고의 출현이 요구된다는 역사법칙으로 미루어서도 강력하고 현명한 지도자의 출현이 어느 때보다도 소망스럽기 때문이다.
새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가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을 갖고 이 나라를 위기의 수렁에서 번영과 복지의 길목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새삼 지적할 것도 없이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나 안보상황에 비추어 북한에 호전적인 김일성 집단이 존재하는 한 안보문제가 최우선의 국민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이해상층이 우리의 안보에 매우 불투명한 요인일 뿐 아니라 그것을 틈타 북괴가 적화통일의 오랜 야욕을 달성하려들 가능성은 언제고 있는 것이다.
안보는 지도자에게 맡겨놓고 마음놓고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것이 국민 대다수의 바람임에 비추어 새 시대를 이끌 지도자는 이러한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튼튼한 안보태세를 갖출 수 있는 능력의 보유자를 새 지도자의 첫째 요건으로 꼽는 소이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지도자 개인의 영특한 개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판가름난다는 사실이 간과될 수는 없는 일하다
새 지도자를 뒷받침할 정치세력이 그동안 올바른 민주교육과 민족교육을 받은 군 「엘리튼 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질이다.
그리고 새 지도자는 남다른 사명감과 함께 사리·사욕이 없어야 하고 과단성 있게 국정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에 따른 5·16 조치 이후 국가보위비장대책위에 의해 추진된 쾌도난마와 같은 여러 가지 시책추진을 똑똑히 보아 봤다.
역대 어느 정권도 감히 손대지 못했던 권력형 부정부패의 척결을 비롯해서 과외공부의 근절, 공직사회의 숙정과 폭력일소 등 일련의 사회정화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새 지도세력의 과단성 있는 조치를 통해 우리국민은 새로 전개될 새 역사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걸게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새 지도자가 우리의역사적현실과 국제적 좌표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건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무리 지도자나 지도세력이 훌륭하다고 해도 역사창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국민자신이란 사실이 외면될 수는 없다. 그러한 국민적인 참여와 각성이 뒷받침 할 때 새 시대는 새 지도자와 함께 발전과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새 지도자를 구심점으로 전개될 한국의 80년대에 대한 기대는 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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