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자에 길 열어준 용퇴|최규하 대통령 하야…정치부 기자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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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최규하 대통령이 작년 12월6일 10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8개월 10일만에 물러나게 됐습니다.
또 한번의 정치적 대변화를 겪게된 셈인데 현직 대통령이 사퇴한 것은 아마 세 번째가 되지요.
-그렇죠 이승만대통령이 그랬고 윤보선 대통령이 약 1년 반만에「5·16」후 대통령 자리를 내놨지요.
-최대통령의 사임은 예견된 것이지요.
-새로운 지도자가 부각된 이상 정상의 교체가 곧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있었어요.
-8월 중순께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꾸준히 나돌았어요. 최근 지도층이 부각됨에 따라 이원적인 체제가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널리 인식된 것 같아요.
-안보 면에서나 새로운 질서가 잡혀가는 시기에 안정을 빨리 이룩하기 위해서 최대통령이 용단을 내린 것이겠지요.
한때는 별의별 소문이 많았습니다만 물러날 시기를 선택해 물러서는 점으로 봐서는 최대통령은 역시 사심 없는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최대통령은 스스로 위기관리 정부를 이끌어 가겠다고 했었지요. 「10·26」후 한때 3K가 정권을 맡겠다고 나서는가하면 학생「데모」가 일어나는 등 정치적 무질서가 심했고 광주사태로 절정에 달한 느낌이었어요. 최정권은 그동안 온건한 방법으로 안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안정 힘썼으나 책임 느껴>
-아직 헌법이 개점되지 않았으니까 최대통령을 이을 제11대 대통령은 현행헌법에 따라 통일 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헌법에는 3개월 안에 새 대통령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최대통령이 사퇴한 배경에 과도기간은 짧을수록 좋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됐을 테니까 후임도 빨리 선출하는 것이 좋겠지요.
-지난번 최대통령이 당시 권한대항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때 통대 안보 보고회의에서 추대를 받은 적이 있지요.
-이번에도 시기적으로 최대통령 사퇴 후에 안보 보고회의가 마침 열리게 돼있으니 이 보고회의에서 국민의 여론이 집약돼 자연발생적으로 새 지도자가 추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새로운 지도자가 전면에 부상해있고 대내외적으로도 인정과 지지를 받고있으니까 새 정부구성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봐요.
-5·16후 박대통령이 지도자로 부각되기까지는 몇 가지 우여곡절을 거치느라 상당한 기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5·16」이후 국보위가 탄생하면서 불과 몇 달 사이에 능력과 면모를 인정받았으니 대단한 일이죠.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정치적 요인을 보면 안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러니 자연 군의 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지요.
-그럼 새 정부는 헌법을 개정한 뒤에 새 정부를 다시 구성해야 되는데 또 하나의 과도정부라고 봐야하나요.
-아니죠. 최대통령 정부가 정부이양을 위한 문자그대로의 과도정부라면 이번에 들어서는 정부는 새 시대를 맞아들이고 새 시대와 이어지는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준비정부」 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페라」로 치면 서두부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까요.
-말하자면 11대 대통령의 선출로 새 시대가 개막되는 셈이군요.
-그러면 앞으로의 정치의 중추세력도 크게 바뀐다고 봐야겠지요. 이미 3K가 퇴장하고 지탄받던 정치인들이 많이 물러나서 구정치질서는 붕괴되어버렸다고 단정할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새 시대의 정치는 뭐니뭐니해도 역시「깨끗한 정치」여야 합니다.

<중추세력의 윤곽 거의 잡혀>
구 정치인의 퇴장과정에서 벌써 몇 개의 기준을 찾을 수 있잖아요. 정치를 이용해서 치부를 한 사람은 절대 용납될 수가 없을 것이고 자유당도 좋다, 민주당도 좋다는 식의 해바라기성 정치인도 발붙이기 어려울 겁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을 겸하게 하고 적어도 정치를 통해 치부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거지요.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중추세력의 윤곽은 이미 잡혀있다고 하겠어요. 이런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할지 앞으로의 정치질서개편이 상당히 주목거리 군요.
-정계개편을 이렇게 전망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우선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방법이 있겠고 기존정당의 하부조직을 활용해서 확대 개편하는 방법, 정당의 배경 없이 신민들로 범 국민연합을 결성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거지요.
-「5·16」후 공화당을 만들 때 사전 조직을 했으면서도 상당기간이 걸렸어요. 새 정당을 완전히 새롭게 조직한다는 일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요.
-신민당의원 중에는 과거 신민당이 정책개발이나 국민의사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건전한 새 야당이 나올 만도 한데….
-어떤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국민의 30%는 친여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10%는 친야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야당이 존재할 수 있는 뿌리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민주정치를 해나가자면 양당제도가 확립될 필요가 있지요. 다만 지난날처럼「보스」중심이나「돈줄」중심이 아니라 건전한 정책을 제시하는 야당이 나와야 겠지요. 지금까지 큰 흠이 없었던 야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야당이 태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결국 어떤 사람이 나와야「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키·포인트」라 하겠는데…. 직업 정치인은 곤란하다는 얘기가 여러 번 있었잖아요.
-직업정치인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국회의장을 맡는다든가 해서 국회일 에 전념할 사람도 있어야지요. 그래서 일부는 선거로 뽑고 나머지는 직업 있는 사람을 직능별로 선출한다는 말도 있어요.
-영국이나 다른 서구국가를 보면 의원직은 명예직 이예요. 의원은 의사당에 나가 국사를 논할 때만 의회수당을 받지요.
우리도 행정부국장을 정부위원으로 임명해서 국회에 나가 발언할 수 있게 한 이래로 국회의원의 지위는 국정감사권이 있을 때보다는 많이 낮아졌지요.
-외국의 경우에 『국회는 강해도 국회의원은 약하다』 는 말이 있어요. 말하자면 국정을 논하는 입법부로서 국회기능은 강력해도 국회의원 개개인은 행정부에 인사청탁을 하거나 압력을 넣어도 먹혀들지가 않는다는 거죠. 우리에게도 이런 국회 상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예상되는 일로서 개각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전례를 보더라도 국가의 지도자가 바뀔 때에는 전반적인 개각이 따랐지요.
-최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후 18명의 각료 중 16명이나 바뀐 점을 봐도 앞으로의 개각 폭은 클 것이 뻔합니다.,

<조문정리만 남은 개헌작업>
-개각도 그 일환이겠지만 세대교체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간의 숙정 작업으로 이미 많은 구세대가 퇴진한 것 자체가 새 질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공무원 숙정 후 승진이 자체 내에서 이루어진 것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헌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예정대로 같습니다만‥·.
-새 지도자의 등장이 확실시되겠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지만 이상 빠를수록 좋겠다는 의견이 있지만 무리하게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새 지도자의 의중에 달려 있다고 봐야 겠어요.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에 얼마간의 시간이 요구되므로 시간을 갖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과도기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미 발표된 10월까지 국민투표 일정이 빨라졌으면 빨라졌지 늦어질 이유는 없다고 봐야겠지요.
-이렇게 되면 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 선거도 대폭 앞당겨 질 수 있겠죠.
-개헌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정부형태가 대통령 중심제로 될 것이 확실하고 선출방법도 문선으로 의견이 집약된 만큼 조문정리만 남은 셈입니다.
-6년 단임 제도 유력한 것 같아요.
해방이후 우리의 유정질서가 장기집권으로 불규칙「바운드」현상을 빚었기 때문에 6년 단임으로 고정된다면 바람직하다고 하겠어요.
-4년제에서는 .선거 후유증으로 1년, 또 다음선거준비로 1년이 소요돼 실제 일할 기간은 2년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6년 단임의 대통령 중심제는 한 때 신민당에서 주장한 적도 있지요.
-국민들은 새 헌법이 새 시대에 맞게 제정되어 빨리 새 지도자를 맞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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