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힘·기량 모두 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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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사왕(22)의 세계정상도전은 「코믹·복서」의 「코미디」로 보기에는 너무나 비참했다. 20일 밤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복싱」WBA「페더」급 「챔피언」인 「에우세비오·페드로사」(24·「파나마」)에게 도전한 김사왕(동급10위)은 쫓아다니며 매만 흠씬 얻어맞다가 8회2분52초만에 오른손 「어퍼·컷」을 명치에 맞고 쓰러졌다.
「페드로사」는 첫번 계체량에서 한계 체중(57.150㎏)에 9백50g이 「오버」. 1시간40분 후에 실시된 2차 개체량에서 통과됐는데 이 같이 2시간 미만에 1㎏을 줄였지만 경기에 나서자 흑표범과 같이 날뛰었다. 김사왕은 체격은 물론 기량면에서 너무나 열세였다. 「페드로사」는 초반부터 경쾌한 발놀림을 바탕으로 「스트레이트」와 「어퍼·컷」을 김의 안면과 북부에 마구 퍼 부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김은 가끔 「롱·훅」을 휘둘렀으나 모두 불발로 그친 채 8회에 쓰러질 때까지 이 같은 양상이 되풀이됐다.「스피드」마저 우세한 「페드로사」는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 김을 난타, 5회엔「그로기」상태까지 몰아갔었다.
8천여 관중을 경악시킨 채 KO된 후 5분만에 일어나 「래커·룸」에 돌아온 김은 WBA「플라이」급「챔피언」김태식의 위로를 받으며 거울을 한번 쳐다본 뒤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눈물을 감추는 듯 했다.
이번 「타이틀·매치」는 「페드로사」에게 돌아간 12만「달러」(약7천2백 만원)라는 거금은 덮어두더라도 너무나 일방적인 참패라는데 문제점이 있다.
13전의 짧은「링·커리어」의 선수를, 단지 인기가 좋다는 이유로 무모하게 세계정상에 도전시킨 것이다.
13승이란 모두 3류 선수들과의 전적이었으나 이를 너무 과신한데서 부끄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페드로사」는 힘의 분배를 적절히 하는 등 역시 9차 방어를 한 세계「챔피언」다운저력을 과시했다.
김사왕측은 8명이나 되는 많은 「세컨」들이 흠씬 맞고 있는 김에게 정신 못 차리게 악을 써 오히려 선수를 더한층 혼란에 빠뜨려 차라리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또 신경전을 벌이다 중반이후에 공략한다는 어리석은 작전을 세우는「난센스」를 빚기도 했다.
김사왕의 패배로 한국「프로·복싱」은 올 들어 국내외에서 벌어진 11차례의 세계 「타이틀·매치」에서 4승7패를 기록했는데 한국권투위원회(KBC) 양정규회장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앞으로 한국「복서」가 세계 「타이를·매치」를 벌일 때 도전자인 경우 철저히 심사, 이 같은 참패가 되풀이되지 앓도록 하겠다고 항상 공포탄같은 「사후약방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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