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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뛰게 할 레게 … 한 여름밤 끝장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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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이온루즈프로젝트 이광재, 미스 프라이데이 리지, 엠타이슨, 아키, 킹스턴루디스카 슈가석율, 태히언, 오정석, 디제이 콴돌, 유승철, 루드페이퍼의 RD와 쿤타.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 여름, 국내 레게 음악인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벌인다. 9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펼쳐지는 레게 페스티벌 ‘라이즈 어게인 Vol. 2’다. 10년 전, 그러니까 국내 스카밴드의 원조인 ‘킹스턴루디스카’가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레게 축제는 언감생심이었다. 1~2팀이 오늘날 20여개 팀이 되기까지 레게 판은 느리지만 강단있게 성장했다.

 “한 번 국내 레게팀을 모아보자.” 지난해 ‘킹스턴루디스카’의 슈가석율과 ‘루드페이퍼’의 RD는 이런 궁리를 한다. 이제는 때가 된 것이다.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열린 1회 밤샘 공연은 준비한 음료가 다 팔렸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올해 2회는 욕심을 냈다. 1000석 규모로 옮겼고, 10개팀을 모았다. 레게의 아버지격인 스카, 댄스홀, 퓨전 레게 등 세부 장르도 다양하다. 국내 유일 레게 댄스팀 ‘미스 프라이데이’처럼 숨어있는 팀도 발굴했다. ‘미스 프라이데이’의 아키는 “레게엔 농촌의 품앗이 정서가 있다”고 했다.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고 함께 가는 ‘원 러브’(하나의 큰 사랑)정신이 10개팀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는 것이다.

 페스티벌을 앞둔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레게하면 ‘레게머리’만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이 장르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지 알리고 싶다”고 했다. 자메이카에서 탄생한 레게는 토속 음악에 블루스, 재즈,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이고 상호작용하면서 완성됐다. 19세기 흑인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자메이카의 한(恨)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녹아있다. 1960년대, 자메이카 출신 레게 음악가 밥 말리(1945~81)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세계 주류 음악에 편입했지만 국내에선 아직 소수 장르다.

 레게 음악인들은 이 장르를 제대로 알고 평가해 줄 평론가 한 명 없는 척박한 현실에서 뭉쳐야 산다는 절실함을 느꼈다. 루드페이퍼의 쿤타는 “미국에선 레게 음악이 빌보드차트 1위를 한다.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제3세계 음악으로 분류된다”며 “그런 인식을 바꾸는 게 우리들의 미션”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도대체 레게의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냐”고 물었다.

 “운명이죠. 스카는 힙합, 록, 펑크 등 많은 장르에 영향을 줬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예요. ”(슈가석율)

 “우리나라 타령과 비슷해요. ‘함께 나누자’는 메시지도 통하고요. 저 원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이 음악을 하면서 자유, 평화를 생각하게 됐어요.”(태히언)

 “음악 안에 사상을 넣을 수 있고,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됐어요. 레게는 저항음악이고 저는 총을 들지 않은 군인이라고 생각해요.”(쿤타)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라이즈 어게인 Vol.2=9일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 예매 3만원, 현장판매 3만 5000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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