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선발 논란] 군미필 배려? 젊은 피가 필요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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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류중일 대표팀 감독

7월28일 발표된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류중일(51) 대표팀 감독은 “어떻게 뽑아도 논란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많이 고민해 선택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병역 미필 선수(24명 중 13명)를 너무 많이 뽑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강의 전력을 구성하는 것보다 병역 문제를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대표팀 선발 책임자인 김인식(67·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과 3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 들어봤다.

 - 대표선수를 뽑으면서 가장 고민한 점은.

 “세대교체다. 과거 대표팀에는 10년 이상 뛴 선수들이 많았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3년 남았다. 38세인 이승엽 같은 선수가 그 때도 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젠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 몫을 해줘야 한다.”

 - 선수 선발 결과에 만족하는가.

 “100% 만족할 순 없다. 김광현(SK)·양현종(KIA) 등 왼손 투수는 있는데 오른손 투수가 없어 고민했다. 불펜도 고민이 많았다. 최근 성적이 좋지 못했음에도 과거의 성적을 고려해 임창용(38·삼성)·봉중근(34·LG) 등을 선발했다.”

 - 박석민(29·삼성)이 탈락하고, 강민호(29·롯데)가 뽑혔는데.

 “3루수 박석민은 성적은 좋지만 부상이 많아 소속 팀에서도 어렵게 뛰고 있다. 2루수로 오재원(29·두산)을 뽑은 건 다른 내야수가 다쳤을 때 백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수로 강민호(29·롯데)를 뽑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 누가 봐도 강민호가 최고 포수인데 올해 너무 부진하다. 그래도 대표팀을 이끌 포수는 강민호라고 봤다. 강민호는 타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방망이가 좋은 포수 이재원(26·SK)을 함께 뽑았다.”

 - 김태균(32·한화)이 빠지고 나지완(29· KIA)은 들어왔다.

 “지명타자 감인 나지완은 비상시엔 좌익수로 쓸 수도 있다. 김태균은 지명타자 또는 1루수만 본다. 1루수 박병호(28·넥센)가 다쳤을 경우 김현수(26·두산)나 오재원이 1루로 들어올 수 있다. 엔트리 24명 만으로 팀을 꾸리려면 이런 어려움이 있다.”

 - 오른손 선발투수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삼성의 윤성환(33)을 뽑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재학(24·NC)도 크게 떨어질 게 없다고 봤다. 특히 미래를 생각했을 때 젊은 투수가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나. 현재 3할 타자가 서른 명 가까이 된다. 말이 안 되는 거다. 투수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엔트리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 결국 병역 미필 선수들을 배려한 것인가.

 “기량이 비슷하다면 젊은 선수들을 선정했다. 군 미필 선수를 배려했다기보다 대표팀의 세대 교체를 우선시했다. (논란이 되는) 이태양(24·한화)을 선발한 건 타자들이 이태양의 공이 좋다고 추천해서였다. 류 감독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 불펜투수 유원상(28·LG)이 합류한 것을 의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올 시즌 초에는 유원상의 컨디션이 나빴다. 하지만 지금은 공이 상당히 좋아졌다. 물론 지금 좋다고 다 뽑을 수 없고, 잠깐 부진했다고 안 뽑을 수 없다. 몇 년을 꾸준히 보면서 전체적으로 평가했고, 그 자료를 토대로 선수를 선발했다. 많은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 선수들이 다치지 말아야 하고, 훈련도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못하면 비난 받고, 잘하면 칭찬을 듣는 게 승부의 세계다. 류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선수들이 잘 훈련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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