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자들 잇따라 낙마 … 대선구도 혼돈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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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개표소가 마련된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말 그대로 ‘카오스(Chaos·혼돈)’다.

 정몽준·노회찬·손학규·김두관…. 여야의 잠룡(潛龍)들이 최근 잇따라 낙마하면서 차기 대권가도는 유례없는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2017년 대선을 노리던 주요 대권주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쓴 좌절을 맛보며 대권가도에서 튕겨져 나가고 있다.

 과거 김대중·이회창·이인제·이명박·박근혜 같은 여야의 후보군은 국회의원 또는 자치단체장을 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선만을 준비하며 체력을 비축해 왔다. 그랬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야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손학규 후보가 패하면서 향후 정치 시계가 제로상태다. 정치 복귀에 대해 신중하게 시기를 조율해 오던 손 전 대표는 야심 차게 노린 7·30 재·보선에서 정치신인에게 밀리며 미끄러졌다.

 게다가 손 전 대표와 더불어 핵심 카드인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이번 재·보선의 패배로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의 간판을 맡은 뒤 지방선거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번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여권은 대선후보 1순위로 꼽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외부 활동을 일절 자제한 채 근신하고 있다. 새누리당에는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주요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지만 정 전 의원이 빠진 상황에선 무게감이나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살아 있을 때 상호 견제와 경쟁이 일어나면서 당 내부에 활력이 생긴다”며 “비록 선거는 이겼지만 앞으로 당에 위기가 오거나 침체기가 벌어졌을 때 이를 받아 칠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인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새정치연합의 양보를 받고도 대선 이래 뚜렷한 야(野)성향을 보이던 서울에서 패했다.

 여야가 답답한 것은 대선 전까지 이들을 중앙 정치무대로 끌어올릴 만한 마땅한 무대가 없다는 점이다.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도 마무리되면서 중량급 인사들이 귀환할 수 있는 통로는 다음 총선이 예정된 2016년에나 열린다.

 남해군수와 경남지사를 지내며 PK(부산·경남)를 대표하는 야권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두관 전 지사가 굳이 연고가 없는 경기 김포에 출마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무리하게 손학규·김두관 같은 인사들을 차출한 것도, 본인들이 수락한 것도 이번 재·보선을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주요 기회로 봤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풍찬노숙(風餐露宿)이 불가피해진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로를 찾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글=유성운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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