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캐스터네츠, 단순 소품? 27만원짜리도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바르셀로나 연극원의 무용부 교수인 카바네스는 “모든 학생이 캐스터네츠 수업을 먼저 듣고, 여기에 플라멩코 같은 춤을 결합시키는 법을 훈련 받는다”고 설명했다. 동영상은 joongang.co.kr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누군가 직업을 ‘캐스터네츠 연주자’라 소개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캐스터네츠를 전공했으며 전세계 공연도 한다면?

 벨렌 카바네스(45·스페인)는 캐스터네츠 연주자다. 카바네스처럼 캐스터네츠 솔로로 공연을 하는 연주자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는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무용과 캐스터네츠를 전공했다.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위해 내한한 카바네스는 “캐스터네츠는 단순히 달그락 거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고 오래된 악기”라고 소개했다. 그가 캐스터네츠에 대한 대표적 오해에 답을 내놨다.

 ◆오해① 보조 악기다=24일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공연에서 그는 18세기 작곡가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에 참여했다. 기타·바이올린·첼로·비올라 연주자들이 앉은 사이를 누비며 스페인 춤을 췄다. 양손에 캐스터네츠를 쥐었다. 경쾌하고 반복적인 리듬이 홀을 울렸다. 소리의 크기와 연주 속도가 자유롭게 변했다. 캐스터네츠는 다른 악기를 위해 박자를 세어주는 소품이 아니었다. 다양한 소리와 감정을 표현하는 주역이었다.

 ◆오해② 연주법이 단순하다=카바네스는 “1950년대의 전설적 연주자 엠마 말레라스가 집대성 해놓은 연주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양손 엄지에 가죽 끈을 단단히 묶는다. 오른손은 나머지 네 손가락을 모두 쓰고, 왼손은 중지를 주로 쓴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은 오른 손가락들이 맡고, 왼손 중지는 중심이 되는 리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카바네스는 “오른쪽은 여성, 왼쪽은 남성이다. 오른쪽 악기가 더 가볍고 높은 소리를 낸다”고 소개했다.

 손가락으로 때린 후 살짝 밀어주는 것이 기술이다. 미는 정도에 따라 소리의 색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라스의 교수법은 대부분 미는 기술에 집중돼 있다.

 ◆오해③ 즉흥 연주다=카바네스는 “대부분 악보에 기록한 후 거기에 맞춰서 캐스터네츠를 연주한다”며 “대관령에서 연주한 보케리니의 경우 ‘이 부분에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라’는 지시만 돼 있어서 내가 계획해 악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각종 민속 춤에 맞춰 연주할 때도 악보를 사용한다. 악보 읽기와 연습·연주로 이어지는 패턴이 다른 악기와 같다는 설명이다.

 ◆오해④ 값싼 악기다=카바네스는 12벌의 캐스터네츠를 갖고 있으며 순회 공연을 할 때는 5~6벌을 챙겨 다닌다. 대관령 공연에서는 18세기에 상아로 만든 것을 사용했다. 캐스터네츠는 고대 이집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 돼, 대부분의 악기보다 역사가 오래다. 카바네스는 “일반인들이 캐스터네츠를 잘 칠 수 있는 방법은 둘이다. 비싼 것을 사고, 엄지에 꽉 묶어라”며 웃었다. 값 나가는 캐스터네츠는 최고 200유로(27만원)까지도 한다.

대관령=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