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누리 이정현, 전남 순천시곡성군 당선 7.30 '최대 이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야당의 텃밭에서 당선돼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 최대이변이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치러진 7·30 국회의원 재보선 투표율 51.0%는 웬만한 총선 투표율에 육박했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역주의를 넘어 호남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됐다. 그의 당선으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전북 군산을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전 의원이 당선된 이래 새누리당(전신인 한나라당 포함)이 18년 만에 당선자를 내는 만큼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있다. 이 후보는 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17대 총선과 19대 총선에 이어 세번째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라서 대립각은 더 뚜렷했다. 두 '왕의 남자'의 싸움이 결국 재보선 투표율로는 좀처럼 있기 힘든, 50% 벽을 돌파했다.

이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앞서 나갔다. 오후 11시 현재 64%를 개표한 가운데 52.4%를 얻어 37.8%를 득표한 서 후보에 크게 앞섰다. 고향인 곡성에서 몰표를 얻은 것은 물론 서 후보의 출신지인 순천에서도 앞섰다.

이 후보의 선거전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박 대통령도, 중앙당도 아닌 낡은 자전거 한대였다. 이 후보는 선거 내내 허름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홀로 유세'에 나섰다. 시 의원 출마를 포함한 3번의 과거 도전에서 그는 "결국 밑바닥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리를 습득했다. 특히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 출마해 실패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당시 이 후보는 막판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실제 선거에선 39.7% 득표로 야권 단일후보에게 패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란 지역 특성상 조직력으로 상대 후보에 맞설 순 없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지역 조직이 없는 상황에선 결국 밑바닥 민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후보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택시·버스 기사와 환경미화원의 손을 잡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홍보물이나 유세 차량에선 박 대통령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세 때도 박 대통령은 언급되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게 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박근혜맨'인 그는 청와대 경력을 내세우는 대신 지역 공약을 앞세웠다. 대학병원이 없어 광주까지 가야하는 주민들에게 ‘순천대 의대 유치’를 약속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선 “인근 해룡ㆍ율촌ㆍ곡성 산업단지에 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그러면서 “2년동안 머슴처럼 쓰고,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호소했다.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통합의 실패 때문이다. 순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서 후보는 경선 때 맞붙었던 노관규 전 순천시장과 감정 싸움을 벌였다. 노 전 시장은 경선 기간 서 후보가 의원을 지낼 당시 순천 정원박람회를 반대하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내놓은 과거를 들췄고, 결과적으로 둘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선거 마지막까지 양측은 순조롭게 조직을 인수인계하지 못했다. 선거 막판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와 문재인ㆍ박지원 의원이 매일 2~3차례 지원 유세를 하며 당원과 시민들을 다독였지만 얼어붙은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가영ㆍ정종문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