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평화봉사단」이 떠난다|7월11일 14년간의 영어교육봉사활동 끝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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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한 미국 평화봉사단이 오는 7월11일로 14년간의 영어교육분야 봉사활동을 끝내고 대부분의 단원들을 철수시킨다.
문교부는 이에 따라 27일 하오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이들을 위한 송별행사를 베풀기로 했다. 『한국말도 잘하면서 영어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알려진 평화봉사단원들이 우리 나라에서 첫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66년 9월14일. 당시 이동원 외무부장관과 「뉴스먼」 주한 미국 대리대사간에 합의되 「미 평화봉사단에 관한 협정」에 의해 이들의 활동은 시작됐다.
78년 부임한 제7대 주한 미 평화봉사단장 「메이어」씨는 『한국인들의 영어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평화봉사단의 영어교육업무를 끝맺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어」 단장은 그러나 보건분야 봉사활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평화봉사단원으로 우리 나라에 왔던 단원은 모두 1천6백54명. 이 가운데 75%인 1천2백여명이 영어교육분야에 종사했다.
평화봉사단원들은 7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하와이」에 있는 훈련 「센터」에서 한국을 배우기 위해 온돌방과 재래식 변소가 달린 기와집에서 10 주동안 기거하면서 우리말과 풍습·문화 등을 익혔다.
어떤 봉사단원은 우리 나라 농촌에 파견되어 어느 집 대문 앞에서 『개(견)선생님 계십니까』하고 큰소리로 주인을 찾았다는 일화가 있다.
이 봉사단원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한국에는 집집마다 문패가 있는데 제일 위에 글자는 성(성)이고 아래 두 글자는 이름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봉사단원이 찾은 그 집 대문 앞에 「개 조심」이라고 쓴 것을 보고 「개 조심」씨가 집주인 이름인줄로 착각한 나머지 『개 선생님』을 찾았다는 것.
또 우리 나라에 밥과 반찬이 따로 있는 것을 몰랐던 봉사단원은 식사 때마다 밥상에 놓인 밥과 반찬을 모두 먹어 치워야 하는 줄 알고 간장·된장그릇도 통째로 치워 혼이 났다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봉사단 아가씨들이 한국 청년들파 「로맨스」를 꽃피워 국제 결혼한 사람만도 2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2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첫해엔 중·고교에 배치되어 학생들에게 주로 영어회화를 가르쳤고, 2년째는 각 대학의 영어교육과나 사범대학에서 장차 중등학교 영어교사가 될 대학생들과 생활해왔다.
주한 미 평화봉사단에서 12년간 일해온 교육기획실 송윤기 실장은 66년부터 지금까지 평화봉사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우리 나라의 중·고교 영어교사만도 1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70년대 중반부터 각 시·도 교육위원회에 설치된 상설영어교사 연수소에서 2주간 실시하는 영어담당 교사들에 대한 집중 연수제도는 호응도도 높았으며 결과도 좋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개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봉사단원 「킵·밀리론」씨(29·「뉴욕」주 「버팔로」시 출신)는 『2년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면서 한국을 알고 친구도 사귀어 미국을 알리고 귀국하게 되었다고 했다.
평화봉사단은 6l년 「케네디」 대통령이 『세계를 한 울타리로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설했다.
현재 미 평화봉사단이 파견된 나라는 60여개 나라로 대부분 개발도상국들 이어서 이들에 대한 체재비와 생활비는 미국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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