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정(사진)씨는 구원파 내에서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그림자 수행원’으로 통한다. 양씨는 평소 구원파 총본산인 금수원 옆에 위치한 오곡리 별장을 관리해 왔다. 유 회장이 디자인한 목공예품을 제작하는 일을 담당해 구원파 신도들로부터 ‘목수’로 불렸다고 한다.
또 유 회장의 벤틀리 차량을 관리하면서 운전면허가 없는 유 회장을 위해 이모(56) 금수원 상무와 함께 번갈아 운전을 해 줬다.
양씨의 부인 유모(52)씨 등 가족 전체가 구원파 열성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아해프레스 프랑스의 직원이다. 유 회장의 사진작품 전시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양씨는 올해 5월 3일 벤틀리 차량으로 유 회장을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 데려갔고 현금 가방과 유 회장을 숨길 ‘비밀 벽장’ 두 곳을 만들었다. 이후 ‘김엄마’ 김명숙씨와 함께 도피계획을 짜고 경기도 안성과 순천을 여러 차례 오가며 음식을 날랐다.
양씨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것은 5월 29일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확보된 폐쇄회로TV(CCTV)가 공개되면서였다. 5월 25일 상황이 녹화된 CCTV에는 유 회장과 비슷한 체구의 남성이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내려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검경이 양씨를 유 회장으로 오해해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양씨는 그동안 유 회장의 최후 행적과 20억원으로 알려진 도피자금 중 일부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에서 “5월 24일 밤 별장에서 유 회장과 헤어진 뒤 인근 수련원에서 자다가 다음 날 새벽 검찰이 찾아와 전주로 곧장 간 뒤 유 회장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천 별장에 있을 때 가방을 보긴 했으나 돈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