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자위원회'서울회의에 온 데이비드 록펠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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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석유 재벌 J D 록펠러의 손자이자 록펠러 재단 이사장인 데이비드 록펠러(88)가 한국을 찾았다. '3자위원회'참석차 방한한 그를 지난 14일 인터뷰했다.

-이라크전이 종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단기전으로 끝나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보리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종전으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다. 경제 회복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긴 힘들 것이다. "

-한.미 관계가 최근 매끄럽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금요일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안다.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삼자회의에 참석한 멤버들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악수를 했을 뿐 심도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盧대통령이 짤막한 연설을 했는데 한ㆍ미 관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盧대통령의 방미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부시는 개방적이고 친밀한 성격의 소유자며 盧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도 마찬가지란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인간적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

-부시가 상속세 폐지를 비롯한 각종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빌 게이츠의 아버지와 당신의 아들인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가 상속세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미국 정부는 전쟁이나 재정 적자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세금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이 시점에 국세를 줄이려는 시도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며,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수입 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다. 아들과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잘했다고 본다."

-지난해에 '회고록(Memoirs)'이라는 책을 직접 집필해 출간한 것으로 안다.

"외부인들이 록펠러가에 대해 쓴 책은 있었지만 록펠러가의 일원이 책을 직접 내는 것도 대중에게 좋은 정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작업을 했다. 10만여권이 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체이스맨해튼 회장 시절 재무장관 제의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수락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론 매우 영광스런 일이지만 당시 체이스맨해튼은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예민한 시기였다. 은행에서 계속 일하는 편이 경제계에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부유한 공화당원이 민주당 정부에 입각한다면 소신있게 정책을 펼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린스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존경하는 인물이다. 지금까지의 금리 정책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형인 넬슨 록펠러에 대해 회고록에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안다.

"미국 대통령이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이 있었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이혼이란 개인적인 사건으로 대통령이 될 기회를 날린 점이 아쉽다."

◆데이비드 록펠러는=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시절부터 역대 미 대통령들과 친분 관계를 맺어왔으며 최고위급 민간 외교 사절로도 활동했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에 입사해 회장으로 은퇴하기까지 35년간 근무한 그는 1973년 아시아.태평양, 북미, 유럽연합의 경제계.학계.언론계 저명인사 3백60명이 참여하는 '3자위원회'를 설립해 명예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정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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