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행정의 규제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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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전국 각급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민원업무를 조사하여 주민에 불편을 주는 민원 4백25건을 밝혀내고 이를 금년 안에 모두 개선키로 했다고 한다.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고 나아가 민원과 행정부조리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불합리한 민원행정이란 대체로 처리기간의 지체, 불필요한 구비서류의 제출요구, 처리과정의 다단계화, 기준의 합리성결여, 지나친 규제부과 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게 보통이다. 이번 내무부조사에서도 예외 없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 처리기간, 구비서류 등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민원행정에 따르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60연대에서부터 노력해왔고 특히 지난60년 이후부터는 서정쇄신을 안보차원으로 추진한다 하여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원행정이라 하여 자칫 지성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이 잘못될 경우 행정의 능률을 해칠뿐더러 공무원부조리의 소지가 되고 국민의 대 정부 불신의 소지가 된다는 점에서 결코 정갈하거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일이다.
또 지난날의 경험으로 보아 이 문제는 강조기간을 설정하여 한 때 주력하다 말일이 아니라 내무부·총무처 또는 행정개혁위 등의 중앙기구가 장기적인 계획과 인력을 갖고 꾸준히 개선을 추진할 일이며 사직당국이나 감사원 등의 기능도 적절하게 발휘되는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과거 행정위가 중심이 된 대민 관계 행정법령 정비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상설화하는 것도 검토해봄직 할 것이다.
이 위원회가 당시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법령을 개발하고 처리과정과 절차를 간소화하며 지나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민원행정의 개선에 기여한 것은 널리 알려졌던 열이다.
대체로 우리 나라 행정은 과잉 통제·과잉감독의 요소가 아직도 강하고 이 때문에 지나친 업무량 팽창이 초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예를 들어 신고만으로 족한 사항을 인·허가 대상으로 규제한다면 그에 따라 행정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참고로 한 통계를 보면 민원행정업무량은 지난 73∼74년간 4천8백36만 건에서 6천5백50만 건으로 35.5%정도 격증한 반면 같은 기간 이를 처리할 공무원의 인력은 불과 6%증가에 그쳤다.
도 민원처리에 있어 비현실적인 기준도 큰 문제의 하나다.
몇 년 전 관가의「에피소드」로 등장하여 시정된 것이지만, 서울 떡 방앗간의 시설기준에 수세식 변소가 의무화돼 있었다는 한 예가 이 문제를 말해주는 것이다.
도저히 수세식 변소를 설치할 수 없었던 시골 떡 방앗간이 단속공무원에 약점을 잡혀 수시로 시달림을 받았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문제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코 만만찮은게 민원행정분야다.
따라서 행정의 토대가 되는 법령의 합리적 정비로부터 절차·처리과정의 간소화를 가져올 권한의, 위임·이담, 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행정정비(복사기·「컴푸터」등)의 확보, 행정규제의 완화 등 손 볼 일은 너무나 많다.
또 이 문제는 행정구역·행정기구문제와도 관련되는 만큼 근본적인 개선책이 간단히 나오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문제가 어렵다고 하여 개선의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다. 사회가 복잡화·전문화함에 따라 민원업무도 더욱 복잡하고 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런 만큼 민원행정의 개선문제는 빨리 착수될수록 좋다고 보며, 이번 내무부의 개선계획에 더하여 종합적인 검토·판단·추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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