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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출동] "1.6㎞ 가는데 20㎞와 요금 같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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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의 도로를 이용한 운전자가 20㎞ 이용자와 똑같이 1천1백원을 내야 한다니 말이 됩니까. "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사는 중앙일보 독자 최재성(39)씨는 매일 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길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토평 톨게이트~강동대교~올림픽대로 1.6㎞ 구간을 왕래하면서 왕복 2천2백원을 통행료로 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도로공사는 1991년 11월 구리~판교 구간을 개통하면서 강동대교 북단 구리시 토평동에 토평.구리 등 톨게이트 두 곳을 설치해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20㎞ 이내의 고속도로 이용시 일률적으로 동일 요금을 징수하는 최저요금제가 적용됐고, 개통 당시 5백원이던 통행료는 98년 8월 현재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구리.남양주 등지에서 이 도로를 타고 강동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에 진입하는 단거리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간헐적으로 요금체계의 불합리성을 성토하던 주민들은 범시민대책위를 결성했으며 한 시민단체에선 통행료 반환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불합리한 요금체계=독자 崔씨는 "처음에는 통행료를 몇년만 받다가 내려주겠지 하는 기대를 했었다"며 "하지만 갈수록 오히려 통행료가 올라갈 뿐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개선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다"고 답답해 했다.

주민들은 다리 하나를 건너기 위해 매일 두차례나 비싼 통행료를 내는 것은 지나치며 주변 도로 이용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남양주시의회 이의용(44)의원에 따르면 ▶강동~송파(15.53㎞)▶강일~서하남(10.53㎞)▶상일~서하남(7.49㎞) 등 인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간은 훨씬 긴 거리인데도 통행료 징수 시설이 없어 이용자들이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주민.시민단체 반발=남양주시아파트입주자연합회, 남양주YMCA, 구리남양주 시민모임 등 남양주 지역 8개 시민단체는 최근 '톨게이트 부당 요금 폐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결성했다.

범대위 박금직(37) 총무기획부장은 "강동대교 북단의 토평.구리 톨게이트를 통합해 다리 남쪽으로 옮겨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요금징수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범대위는 이를 위해 최저요금제를 개선, 이용한 거리만큼 통행료를 내는 주행거리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단거리 출퇴근 차량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장거리 차량을 위주로 한 고속도로 요금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범대위는 15일 도로공사 측에 통행료 개선에 대한 질문서를 보낸 뒤 21일까지 납득할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건교부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나홀로 소송시민연대'는 주민들과 함께 '강동대교 통행료 반환청구 소송'을 낸다는 방침 아래 현재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소송시민연대 이철호(47)대표는 "다른 한강 교량들과 달리 강동대교만이 유일하게 유료"라며 "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징수한 부당요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입장=배순건 영업계획부장은 "토평.구리 톨게이트를 강동대교 남단으로 옮기게 되면 하남.천호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출퇴근을 위한 단거리 차량이 많이 이용한다는 특성을 고려해 차등요금제를 시행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은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요금 개선안 마련을 위해 건교부.재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최재성 독자,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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