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하마스와 무기거래 협상 …‘가자 땅굴’ 기술도 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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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북한과의 수십만 달러어치의 무기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또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에 건설한 정교한 땅굴들도 북한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것이라고 한다. 26일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내용이다.

 서방의 안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 무기 거래를 협상 중이며 레바논에 있는 무역회사가 이를 중개하고 있다. 한시가 급한 하마스는 이미 착수금을 지급했고 북한이 곧 무기를 선적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 물품 리스트엔 수백 발의 미사일과 하마스 자체 군사 작전 능력을 배가할 통신 장비가 포함됐다.

 한 당국자는 “하마스는 몇 주간 이스라엘에 다수의 로켓을 발사한 터라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미 이슬람 무장 정파들과 가까운 사이인 북한은 그런 물품을 구하는 데 적격”이라고 전했다. 하마스는 최근 로켓 비축분 1만 발 가운데 수천 발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거래가 공개된 적도 있다. 2009년 말 태국 정부가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압류한 평양발 조지아 국적 화물기에는 북한산 지대지 미사일과 로켓 추진식 수류탄 등 35t 규모의 무기가 실려 있었다. 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무기의 행선지는 이란”이라고 보고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무기가 이란으로부터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로 몰래 전달될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마스는 2012년 이스라엘과 8일 전쟁 이후 로켓 공격 능력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다. 사거리 48㎞가량의 122㎜인 카추샤 로켓이 주력이지만 사거리 160㎞에 이르는 M-75, M0302 미사일과 로켓도 다수 보유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은 하마스의 정교한 땅굴 네트워크를 통한 밀반입 덕분에 가능했던 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은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은 북한 전문가들이 하마스에 가자지구 내 땅굴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조언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비무장지대에 다수의 땅굴을 운용 중인 북한이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것이다.

 땅굴은 그 안에서 수개월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땅굴 자체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군이 17일 지상 작전을 시작한 26일까지 31개의 땅굴을 찾아냈을 정도다. 이스라엘에선 “땅굴을 발견하고 없애는데 3주는 더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전을 촉구하면서 “땅굴을 처리하지 않고 정전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한 일도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6일 8시간 동안 인도주의적 정전을 했다. 이후 24시간 추가 연장하자는 유엔의 제안을 이스라엘은 수용했으나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주민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인도주의적 정전은 효력이 없다”며 거부하면서 없던 얘기가 됐다. 이 사이 가자지구 건물 잔해에서 추가로 10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스라엘군도 40여 명 숨졌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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