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고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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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매주 수요일 하오6시 영등포구신길동의 주식회사「진로」공장은 사원들의 맑은 합창소리로 환해진다. 함께 노래함으로써 새 동료를 사귀고 피로를 풀어 자칫 메마르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는 「싱·얼롱」시간이 열리는 것이다.
사무직원 뿐만 아니라 생산직에 종사하는 직원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곳은 이 회사 사무직 여사원으로 이루어진「다미회」. 다도를 익히는 마음처럼 아름답고 고운 여성이 되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75년6월에 발족되어 조금 있으면 창립 5주년을 맞게되는데 「진로」의 사무직여사원이면 누구나 가입하게 되어있다. 현회원은 모두 54명.
「싱·얼롱」외에도 자체행사가 무척 많은 것이 자랑인데 회장 이상희양(24·비서실근무)은 작년12월(19, 20일)의 불우이웃 돕기 자선연극공연을 주요 연례행사로 꼽는다. 『작년겨울에는 약 두달간 연습해서 「이수일과 심순애」를 선보였었는데 사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공연수익금도 80만원이나 되었어요. 』
이 수익금을 가지고 이불·요·담요 등을 마련, 자매결연을 한 성남보육원(강서구화곡동)을 찾아갔는데 모처럼 만의 넉넉한 자금으로 보육원 원아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마련해줄 수 있었다고.
『여직원들이 연극을 한다니까 모두들 촌극이나 학예회정도로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공연시간만 1시간 반이 넘는 본격연극이고 연출·무대장치·분장 등도 완전히 우리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라워했지요.』
공연후 얼마간은 제 이름을 놔두고 「수일」 「순애」 「김중배」「박장도」등 극중이름으로 불린 것도 즐거운 고역중의 하나였고 공연당일 분장을 한채 사무를 보던 일은 잊을 수 없다고 회원 장미숙양(25·홍보실근무)은 회상한다. 특히 사무직과 생산직 여직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생산직 여직원들을 준비위원으로 초대하기도하고 공연장소도 본사 아닌 공장휴게실로 정했는데 그후 확실히 유대관계가 좋아진 것 같다고.
작년의 성과에 힘입어 올 겨울에는 제2회 자선공연을 마련할 생각인데 작품선정등 구체적 작업은 10월쯤에 시작한다.
연극공연 이외에 회원들의 그림·꽃꽂이·수예·서예 등의 솜씨를 보여주는 「솜씨전」이 가을 중에 열릴 예정으로 있어 회원모두 출품작 제작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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