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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위저하와 국제경제|새 협력체제 구축 위해 일부 개도국 참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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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후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미국의 지도력이 도처에서 상처받고 있다.
제2석유파동· 「이란」사태·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 등 잇단 사태에서 미국은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라는 지주를 잃은 세계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후 국제질서는 미국의 힘에 의해 지탱돼 왔다.
미국의 군사력과 민주주의는 금「달러」본위제·자유무역주의와 함께 자유진영의 지주였다.
석유·식량의 공급능력은 국제경제를 안정시키는 초석이 됐고 미국의부는 자유세계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공용재산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석유를 기초로 한 공업력·기술력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유화학·전기기계기구·자동차·항공기 등은 미국이 세계에 과시한 산업으로서 말하자면 힘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압도적인 경제력은 계속 낮아져 70년대 초에는 금「달러」본위제가 붕괴되고 그이래 미국의 힘의 원천이었던 여러 요소들이 차차 무너져내려 지금은 기능부전의 상태로 떨어져 버렸다.
「달러」 는 이제 국제통화로서의 지위가 약해져 국제적 준비자산의 다양화가 진행되고있고 EC(구주경제공동체)는 EMS (구주통화제도)를 발족시켜 독자의 통화권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무역도 78년에는 수출액이 서독에 뒤떨어지고 강재 생산도 일본이 앞지르고 있다.
전자·자동차에서도 일본이 바싹 뒤쫓고있다.
미국문명의 기초라 해야할 석유 생산 면에서도 70년대에 소련과 「사우디아라비아」 에 추월 당했을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이란」혁명 후 중동산유국에 대한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7O년에 세계 석유무역의 80%을 취급하던 「메이저」 (국제석유자본)가지금은 40%도 못되는 양을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군사 면에서도 전후 미국이 우위를 차지했던 대소 무력균형이 역전되어 85년까지는 소련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세계경제는 지금처럼 상호협력이 아쉬운 때도 없었다.
일본의 총합연구개발기구는 앞으로 국제회의를 좌우할 주요 요소들로 「국제정치의 다양화」 「상호의존의 점증」 「남(빈곤국)의 대두」 「에너지 불안」 등을 꼽고 있다.
어느 것이나 국제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는 국제정치의 경제파급영향을 중시하고 앞으로 선진사회의 가치관의 변화·구조변화에 대한 대응력의 저하·석유「에너지」로부터 벗어나는 과도기의 어려움 등 때문에 경제성장이 저하하고 국제적 수요관리·「에너지」·보호무역·통화체제 등에 있어서 각국의 이해를 조정할 필요가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체는 이러한 어려운 시점에서 미국의 국제적 지위 저하로 국제적인 조정을 감당할 지주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정능력이 쇠퇴한 지금 미국·구주, 그리고 일본을 중심으로 여기에 일부 개도국을 포함시켜 새로운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OECD도 세계 경제의 미래는 미·구·일 사이의 국제협력 및 남북간의 협조에 따라 크게 변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간, 그리고 남북간 협조가 이루어지는 경우 세계경제는 계속 발전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미국이 특권국가라는 인식을 버리고 구주가 보호주의에서 탈피하며 일본이 국제적 책임에 눈뜨고 OPEC(석유수출국기구) 가 협조자세를 가짐으로써 집단지도체제가 성립한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선진국문에 대립이 격화되는 경우 미국은 중남미와 구주는「아프리카」,그리고 일본은 동남「아시아」 와 폐쇄적 경제 「블륵」 을 형성하게될 것이다.
남북대립이 격화되는 경우도 석유를 포함한 남북무역이 축소된다고 보아야한다.
어느 경우고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타개책은 무엇일까.
우선 미국이 처지를 바꾸어 다시 국제조정기능을 맡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자면 ⓛ대소 군사적 균형의 회복 ②「에너지」 문제에의 대응 ③산업경쟁력의 강화와 생산성 향상 ④정치적 지도력을 회복한다는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다 바람직한 길은 미국이 재기하는 일방 구주 및 일본· OPEC등 일부 개도국을 포함하는 주요 국가들이 세계의 주요문제에 대해 상응하는 역할을 부담하는 것이다.
석유문제는 산유국과 소비 국의 대화를 통해 해결할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통화· 무역· 원조· 안전보장문제 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협력체제의 구축이 가능하다.
어쨌든 미국이 섰던 자리를 메워줄 국제관계의 재편성이 불가피한 때가 온 것 같다.

<일본경제=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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