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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예방과 치료법…합병증 걱정 적고 회복 빠른 1㎝ 복강경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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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이문수 병원장(왼쪽에서 셋째)을 비롯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료진이 복강경 위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순천향대병원]

위암은 갑상선암 다음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한국인이 위암에 취약한 이유는 음식을 짜고 맵게 먹기 때문이다. 식습관을 바꾸고 정기검진 같은 예방이 중요하지만 이미 암이 발병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위암 발생의 원인과 예방법, 최근 시행하고 있는 복강경을 이용한 치료법을 알아본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염도가 높고 맵다. 한국인의 1일 소금 섭취량은 15g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 5g 이하의 세 배다. 많은 양의 소금이나 매운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자극해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 선진국 국민에 비해 한국인의 감염률이 유난히 높은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도 위암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과 위암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흡연과 스트레스도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로 꼽힌다.

40대부터 정기검진 받아야

발생률이 높아도 다행히 위암의 치료 결과는 좋다. 1990년대 초 42.8%에 불과했던 위암의 5년 생존율이 2011년 69.4%로 20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조기 위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늘었고, 위암 치료법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암은 예방과 함께 정기검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치명적인 결과는 피할 수 있다. 조기 위암은 위벽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된 상태여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조기 위암은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기 위암을 넘어선 진행성 위암의 5년 생존율은 크게 낮아진다.

 위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따라서 마흔 살 이상의 성인이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위암 초기는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검사를 소홀히하면 조기 위암 단계를 놓칠 수 있다. 소중한 완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위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의 직접적인 요인이 유전은 아니지만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다면 위암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 이유 없이 체중이 갑자기 빠졌을 경우에도 병원을 찾아 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복강경 수술 적용 범위 넓어져

위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치료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림프절 전이가 전혀 없고, 위 점막에만 국한된 조기 위암은 내시경 시술로도 절제가 가능하다. 내시경 절제술은 수면내시경을 받는 것처럼 마취 상태가 아닌 수면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진다. 수술시간은 30~60분이면 된다. 크기 2㎝ 이하 조기 위암에 적용된다. 암을 도려내면서 생긴 상처는 한 달 정도 약물치료를 하면 아문다. 하지만 점막층을 벗어난 위암은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복강경 수술로 가능하다. 과거에는 위암 수술 대부분을 배를 여는 개복수술로 시행했지만 복강경 수술이 발전하면서 개복수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종합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은 김상현(가명·55)씨는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복강경 위암 수술을 받았다. 윗부분에 암 조직이 있어 위장의 3분의 2를 잘라냈다. 그런데도 김씨는 수술 후 이틀 지나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거동하고 통증도 거의 없었다. 3일째부터는 산책을 다니는 등 빠른 회복을 보여 수술한 지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김씨처럼 복강경 위암수술 환자의 대부분은 회복이 빠르다. 게다가 복강경 수술은 배를 열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 통증이나 합병증도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 위암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1㎝ 정도 작은 구멍을 4~5개만 뚫으면 된다. 구멍을 통해 배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화질 카메라가 달린 복강경과 수술기구를 넣은 다음 모니터를 보며 수술을 진행한다. 요즘 복강경은 배 안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한 데다 확대 영상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수술이 더욱 쉬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강경 위암 수술은 조기 위암과 진행성 위암 중에서도 진행 정도가 심하지 않은 2기 위암에서만 시행됐다. 하지만 복강경 위암 수술의 적용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많은 위암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글=강태우 기자
도움말=이문수 순천향대 천안병원장(위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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