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러 참여 '2+4'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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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다자 대화를 가능한 한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 외교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북핵 문제가 일단 대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국내외의 안보 불안감을 걷어내고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없애려면 관련국들이 먼저 자리를 마주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이 14일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와 긴급 회동한 것은 다자 대화의 조기 성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자 대화의 틀은 '2+4'가 유력=다자 대화의 틀과 관련해서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관련국 간에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자 대화의 틀은 남북과 미.일.중.러의 '2+4'(6자 대화)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1997~98년의 4자 회담(남북.미.중)에 일.러가 새로 참여하는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이사국으로서 이미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 된 점과 러시아가 북한의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 핵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이 고려될 것이라는 풀이다.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중국이 대북 발언권 약화를 우려해 4자 회담을 고집할 수 있는 데다 북한도 미수교국(일본)이 포함된 다자 회담에 거부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유럽연합(EU)의 태도도 주목거리다.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남북.일.EU.호주의 '5+5'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서의 핵문제 논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개입이 현실적으로 대북 압박이나 제재 때 이뤄지는 것도 실현 가능성을 낮춘다.

다자 대화 설명회.예비회담 거칠 듯=다자 대화가 성사되기까지는 적잖은 곡절도 예상된다. 참가국이 정해져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청사진에 대한 외교적 절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상 의제는 북한의 핵 포기와 검증, 대북 체제 안전보장, 경제.에너지 협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결의 청사진이 대북 경수로 지원을 전제로 한 제네바 합의의 개정판이 될지 아니면 미국이 얘기하는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이 될지는 현 단계에서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자 대화의 틀 속에서 미국과의 양자 대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큰 점도 변수다. 실제 북한은 96년 한.미 양국이 4자 회담을 제안한 후 미국에 설명회와 남북.미 간의 3자 협의회 개최를 요구해 왔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박사는 "4자 회담의 전례를 볼 때 다자 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특히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시간을 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다음달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대화의 틀이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영환 기자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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