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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장애자복지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심신장애자들이 정상인과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심신장애자복지법」(가칭)이 금년 안에 마련되리라 한다. 사회의 그늘 속에 버림받은 수많은 심신장애자들을 돕고 보호하기 위한 복지제도가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물량적인 발전에만 매달려 자칫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정신개발에 비로소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사실하나 만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지체 부자유 어린이가 건널목을 건너다,「휠·체어」를 타고 입시공부를 가던 고교생이 윤화로 숨지고, 청주의 어느 보육원에서 보호자 없는 정신박약아들의 시체가 암매장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날 때마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소리는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분히 자선의 대상, 또는 사회사업의 확충이란 차원에서만 이 문제가 다루어져왔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국적으로 얼마만큼의 심신장애자가 있는지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안되어 있고, 정박아와 뇌성마비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는 초보적인 상식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가운데 장애자들이 평등한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데 대한 일반의 인식은 거의 보잘것없이 소홀했던 것이다.
지난해 보사부의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지체부자유아·정박아 등 심신장애자는 모두 1백8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인구 1백명 가운데 3명이나 되는 사람이 각종시설·교육제도·취업기회 등에서 정상인과는 비교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신체에 결함이 있건, 정신기능에 장해가 있건 그들도 다른 모든 정상인과 똑같은 인간이며, 때문에 전인으로서 인간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의 인간적인 생활 조건을 강구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국가의 원초적인 임무이며, 다른 정상인들도 한 공동체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줄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심신장애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신체적·정신적 조건에 맞게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일이다.
정박아라 해도 IQ55∼70 이면 교육여하에 따라 정상인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의학이 증명한 바다.
장애자가 갖고 있는 잔존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그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게 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의 능력회복이란 측면을 통한 재활의 궁극적 목표는 달성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이들을 보호하는 국 사립시설은 전국적으로 82개소뿐이며 수용인원은 9천8백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적 보호권외에 방치되어 있는 장애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고, 수용되어있는 경우라 해도 제대로 재활능력을 기르고 있는지 장담함 수 없는 실정이었다.
보사부가 마련중인 복지법의 골자는 매년 1회 이상의 전국규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심신장애자들이 사회와 동화할 수 있는 치료를 겸한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 한다. 이와 함께 보도난간을 낮추어「휠·체어」가 쉽게 건너갈 수 있게 하고 우편·교통요금 의 할인혜택·장애자 연금제 등 광범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하는바, 우리는 이 법이 선진국의 경험을 성실히 살펴 인간평등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제정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마침 「유엔」은 81년을『심신장애자의 해』로 정해 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로 했고, 본사도 금년을『심신장애아 기본대책법제정의 해』로 정해 적극적인 시민운동을 펴고있다.
정부의 입법움직임을 포함해서 이 운동이 참다운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우리나라도「복지국가」로 한발짝 다가서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의 관계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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