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릴 듯 풀릴 듯 다시 엉켜 버린 미-이란의 냉전|미 인질 억류 더욱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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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팔레비」전「이란」왕의「파나마」출국은「이란」의 미국인 인질 문제와「이집트」 「이란」을 포함한 중동 회교국 상호 간의 관계 및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할 것 같다.
「팔레비」의 「이집트」행은 우선 시기적으로 ▲「팔레비」송환에 필요한 공식적인 법적 수속 개시 수 시간 전 ▲인질 문제를 최종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진「이란」의회 구성을 수주일 앞두고 갑자기 발표됐고 한편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이루어져 인권 정책을 표방해 온「카터」가 정치 망명객을 외국에 떠넘긴 격이 넘어 새로운 선거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당초「파나마」는 「이란」의「팔레비」송환 요청에 대해 합법적인 법적 절차만 구비되면 송환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이란」정부는 송환에 필요한 증비 서류와 범죄인 인도 절차에 관한 구비 서류 등을 갖춰「파나마」로 가져갔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팔레비」는 이 서류가 제출되기 직전에 망명지를 옮긴 것이다.
세계 여론과 국제 관례, 국제법과는 관계없이「팔레비」송환 문제를 한번도 철회한 적이 없는「이란」과 격파 학생들의 생리로 보아「팔레비」가「이집트」에 도착하면 더욱 강경 노선을 강화할 것이다.
또 최근 국제사 문위의 노력도 실패로 돌아가고 서구 10 개국 등의「이란」과의 단교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안에서도 대「이란」강경 여론이 더욱 거세게 일어 미 인질 위기는 더욱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 같다.
1년 2개월 8일만에「이집트」땅을 다시 밟게 된「팔레비」가 당초 그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겠다는「사다트」대통령의 제의를 수 차례나 사양했던 것은 그의「이집트」입국이「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평화 노력에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
「이란」회교 혁명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지지했던「아랍」제국의 대「이집트」, 대 미 관계도 더욱 강화, 포괄적인 중동 평화 추구 노력에 반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주재 5만 명의「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팔레비」의 「파나마」출발 사실에 즉각「이란」과 격파 학생들은 물론「이란」정부마저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한 것은 인질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자는 노력이 사실상 포기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집트」는 전통적으로 정치적 망명은 적·우방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왔었다.
또「이집트」의 치안 능력은 세계 제1급 이어서「팔레비」의 신변 보호 문제는 크게 우려할 일이 못된다.「카터」행정부는「팔레비」출국에 미국은 관여된 바 없고 전적으로「팔레비」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변명하고 최근의「조던」의「파나마」행동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설득력 없는 강변에 불과하다.
「카터」를 최대의 적으로 몰아붙인「이란」이「카터」의 재선에 결정적 선물이 될 인질 석방 조치를 쉽게 취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 안의 보수파 진영에선 벌써 중병 상태의 정치 망명자를 떠넘긴 것은 비인도적이고 세계의 지도 국가로서의 대도가 아니라고「카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고동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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