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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문화교류에 눈 돌린 불·독 문화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 분위기,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풍부한 최신서적과 시청각 자료를 갖춘「선진문물의 주공급원」으로서, 학생·예술가·학자 등 식자송의 폭 넓은 사랑을 받고있는 몇 군데 문화명소가 있다.
독일문학원·「프랑스」문화원·미국공보원·영국문화원·일본문화원·중국문화원등 주한외국문화원이 그 곳.
이중 아직 그 사업 폭이 넓지 못한 일본과 중국문화원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서구문물이 대부분 영어문화권에 속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있는 곳은 독일문화원과「프랑스」문화원을 꼽을 수 있다.
1969년 같은 해에 창설되어 주한10년을 넘긴 이 두 문화원은 각기 독일어교육과 불영화장영을 대표적 사업으로하여 여러가지 활발한 문화행사를 주관해왔다.
그러나 자국의 문화예술의 소개라는 근본설립취지에 따라 그속의 문물이 한국에 유입되기만할 뿐 상호교류가 없는「문화의 일방통행」은 그간「옥의 티」로서 많은이들에게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서「주관」또는「후원」의 이름으로 우리문학예술과의 연결을 시도한 이들 문화원의 방향 전환은 그래서 상당히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졌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문화계의 새봄을 밝게하고 있다.
남산시립도서관 옆 맞은편 관광도로변에 위치한 독일문화원 (「괴태·인스티투트」서울) 은 78년11월 새로 지은 산뜻한 4층 건물. 비탈진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계단식 구조로 정문쭉에서 보면 1층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지 7백68평 연건평 6백71평에 도서실 강당 및 소극강 사부실 어학강의실 등을 갖추고 독일을 알고자하는 한국인과 독일인을 비롯한 주한외국인들이 교차점이 되고있다.
「포룸」「슈트로휘테」「에오스」등 학생「클럽」과 영화감독 전현목씨가 회장으로 있는 동서영화 동우회가 이곳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고 거의 매일 열리고 있는 독일영화감상회·「세미나」·음악회·전시회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있다.
이제까지 한번의 휴강도 없었다는 독일어 강좌는 실력있는 강사진, 시청각시설 등 완벽한 권위를 갖춰 1년에 3번있는 등록때가 되 면주위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4시부터 몰려드는 등록인파로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신축 건물의 개관과 함께 부임한 문화원장「게으르크·레히너」씨는 지난해부터 한국전통음악 및 무용「시리즈」를 마련, 독일문화에 관심을 가진 인사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예술인들과도 잦은 접촉을 가져 양국의 문화교류에도 큰 몫을 하고있다.
이「시리즈」에 의해「삼현영산회상연구회」「봉산탈춤」「불교무용」「거문고독주회」「가야금산조」「조상현판소리발표회」등이 연이어 열렸다.
「레히너」씨는『예술과 문화는 이질적인 종류가 부닥쳐 서로 자극, 경쟁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독일문화의 소개와 병행해 한국예술에의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프랑스」영화상영으로 유명한「프랑스」문화원은 경복궁 입구 사간동의 자그마한 3층건물. 1층에는「비디오·룸」,2층에는 도서실과 유학지도실, 3층에는 어학연습실과 「세미나·룸」등이 있으며 불 영화감독「장·르노와르」와 이름을 딴 영사실「르느와르·룸」이 지하에 자리잡고있다.
매일 4회 상영함에도 불구, 매회 만원사례를 빚곤하는 영화의 전당답게 주로 영화인들이 모여든다. 중대김정옥교수와 서울예전 안병섭교수가 지도하는 학생영화「서클」「시네마·데크」, 성인들의 영화감상「클럽」인「시네·클럽」이 있고 주로 불어 전공생인 대학생들이「브와자미」란 불회화「클럽」을 구성해 매주화요일 저녁모임을 갖는다.
불문화원장「슈나브」씨는 이제까지 한국예술가들의「프랑스」소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우선 한국에서의 불예술가들과 한국예술가들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프랑스」출판물 전시회가 끝나는대로「프랑스」만화전시회가 열릴 예정(5월초순)인데 불만화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만화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며 의견토론의 장도 마련된다고 한다.<이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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