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물량의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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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작년 말「이란」혁명과 OPEC총회 이후 우리 나라가 1년여간 원유문제 때문에 극심한 시달림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처럼 큰 시련을 겪기는 처음일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물량확보 보다 가격이 문제가 됐었으나 오늘에 당해서는 당장 한 두 달 뒤의 원유수입선 확보가 문제될 정도로 다급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정부 고위관계자가 현지에 나가 보름씩이나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같은 국내 원유수급 불안의 첫 번째 요인은 물론 산유국사정에 따른 것이다. 자원민족주의에서 나온 감산·고유가, 원유의 무기화, 석유공급 계약기간의 단기화, 공급계약의 자동 연기 불인정, 「유전스」기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사용원유 1백%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산유국들의 조치 하나 하나가 국내 석유시책의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석유수급 불안의 두 번째 요인은 당국의 미봉적인 대응태도 때문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선 원유확보가 나라 경제와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업임에도 한 두 달 뒤의 조달을 걱정하게 되었었다는 사실은 선진국들이 이미「1백20일 비축작전」 을 벌이고 있는 것과 견주어 볼 매 너무나 격차가 나는 일이다.
73년의 1차「오일·쇼크」직후 원유비축문제가 거론됐을 때 엄청난 시설비용을 차관 해 오는 것 보다 유가인상폭을 감내하는 것이 낫다는 이론이 단견이었음이 이제 증명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공관·정부기관·무역상사들의 자원석보 기능을 살리지 못한 것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원유의 안정적 확보라는 문제에 보다 일관되고 치밀하며 기민한 대응시책이 체계화 돼야 할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해 2윌 「이란」의 감산조짐이 보이자 장차 큰 유가 및 물량파동이 일 것을 정확히 간파하고 민간 상사를 풀어「스포트·마킷」 (원유현물시장)에서「배럴」 당 20달러 안팎의 돈을 주고 원유를 사 모았다.
당시의「배럴」당 공시가 13∼14 「달러」 보다 6∼7 「달러」 비싼 것이었지만 이제 와선 현명한 것이 증명됐다. 미국의 경우도 정부는「스포트」거래를 하지 말자고 세계 여론을 주도했으나 민간 상사들은「스포트」에서 원유를 몰아갔다.
이후「스포트」시장의 원유 값은 뛰기 시작, 4월에 22 「달러」, 5월에 33「달러」, 6월에 37 「달러」, 11월에는 40「달러」를 넘고 12월에는 45「달러」 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고개를 숙여 요즘은「사우디」산을 기준으로 33∼36「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광난의 모습을 보였던「스포트」시장의 원유 값은 그 동안의 공급과잉으로 앞으로 6개월 정도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외신이 들어오고 있다.
이 싯점에서 우리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은 다시는 이번과 같은 원유의 물량 확보 난을 겪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항산자무항심」이라는 말과 같이 사가에서도 여비가 있어야겠 거늘 국사에 다급함이 따르면 국민이 불안을 느낌이 당연하다. 정부가 주도함은 물론이지만 우리의 경우도 민간상사가 원유도입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우에 따라 물량확보가 중요할 때는 이 부리를 따져 현물시장에서라도 구입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충분한 물량확보를 위해서는 고유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인식해야 하며 이로 인한 국내 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비싼 원유 값과 낮은 원유 값의 평균치를 잡아 국제 원유 가에 연동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미·일등이 이를 채택해 국내유가충격을 낮추고 있다.
특히 지난번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의 내면에 중동원유 확보라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곧 중동원유에 1백%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심각한 일이며 이번 기회에 중동 이외의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오는 수입선의 다변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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