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반도 배치 가시화 … 군 "미 요청 땐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고(高)고도미사일요격체계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6월 “사드의 한국 배치를 최근 본국에 요청했다”고 밝힌 데 이어 우리 군도 잇따라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 KBS의 한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을 억제하는 데, 한반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 고위 관계자나 군 수뇌부의 발언 중 가장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21일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요청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이미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부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고도 40㎞ 이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 미사일방어망(MD)의 핵심 무기체계다. 우리 군이 2016년 도입할 예정인 PAC-3(고도 40㎞ 이하 요격)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 MD 체계 편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구입하기로 결정하지도 않았고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며 사드 도입 자체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당시만 해도 사드를 배치하는 대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독자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올해 미국 측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함께 군 당국의 입장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 전 장관이 6월 국회 국방위 회의에 참석해 “(사드를) 주한미군이 전력화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여지를 남긴 데 이어 한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군은 사드 배치에 대한 지지 를 명확히 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사실상 시기 조율만 남았을 뿐 도입에 대해선 정부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 변수는 중국이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5월 말 “한반도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고, 신화통신도 “(사드 배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어시스템인 사드를 중국이 문제 삼는 이유는 연동체계인 ‘엑스밴드 레이더(AN/TPY-2)’의 성능 때문이다. 탐지거리가 1000㎞에 달하는 엑스밴드 레이더는 베이징·상하이·다롄 등 중국의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 밀집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서도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며 사드 배치를 우려해왔다.

 그러나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만약 우리가 중국에 한반도를 사거리 안에 둔 미사일 등의 무기를 철수해 달라고 하면 철수하겠느냐”며 “오히려 사드 배치를 통해 안보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