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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크=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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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Chief에디터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1과 1을 더하면 2가 분명하다. 하지만 국제 정치에선 1+1의 정답이 없다. ‘1+1=곤혹스러운 시나리오’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최근 동북아에선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이, 중동에선 이라크 내전이 이슈였다. 둘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가장 만만치 않은 시나리오가 한국이 이라크 평화 유지를 놓고 일본을 의식하며 재파병이라는 시험대에 오르는 거북스러운 상황이다.

 지금이야 두 이슈는 일본과 이라크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서로 동떨어져 무관하게 진행 중이다. 집단적자위권은 팽창하는 중국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 사이에서 일본이 꺼내든 공세적 카드다. 이라크의 혼란은 사담 후세인이라는 강력한 독재 권력 밑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내부 갈등이 정권 붕괴 후 11년 만에 시아·수니파 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으로 튀어나온 경우다.

 아직까지 양자가 엮일 일은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집단적자위권과 관련, “일본이 이라크전에 참가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엔 신중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차기 잠룡으로 거론되는 랜드 폴 상원의원처럼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공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지난 3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반군을 독자적으로 격퇴할 능력이 없다며 반군 장악 지역의 탈환을 위해선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 외부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역할 역시 동북아로 한정되리라는 법은 없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집단적자위권을 “역사적 결정”으로 환영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러면서 향후 일본의 역할로 “미사일 방어, 해적 소탕, 평화유지 활동” 등을 거론했다. 미사일 방어는 동북아, 해적 소탕은 동남아 해역과 인도양이라면 가장 시급한 평화유지 활동은 이라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2004년 이라크에 파병한 전례가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북부 아르빌로 파병했을 때 일본은 남부의 사마와로 육상자위대를 보냈다.

 그렇다면 이라크 내전과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의 조합이 우리에겐 후폭풍이 될지 안 될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계속 비군사적 개입 정책을 유지할까, 이게 바뀐다면 한국과 일본에 동맹의 ‘청구서’를 요구할까, 집단적자위권을 허락받은 일본이 이라크 개입이라는 초강수를 쓸까, 이럴 때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며 국론은 어떻게 모을 것인가 등등이다. 물론 기우(杞憂)로 끝나면 그만이다. 그래도 생각 없이 국제 정세의 강물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전략을 찾는 뒷북 외교보다는 기우가 낫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