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아빠에게 쓴 여덟 살 편지 "엄마와 동생 내가 잘 돌보아 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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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안병국 소방위 아들 정환군이 아빠에게 쓴 편지. [춘천=뉴시스]

“사랑하는 아빠.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 정환이예요. 하늘나라 먼 여행을 혼자 떠나셔서 많이 외로우시지요. 아빠 안 계시는 동안 엄마와 동생 정서를 내가 잘 돌보아 드릴게요.”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1항공구조대 고(故) 안병국(39) 소방위의 아들 정환(8)군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들고 20일 강원도 춘천 효장례문화원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는 “사랑하는 아빠 하늘나라 먼 여행 빨리 하시고 우리 같이 살아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아빠를 사랑하는 정환이가”로 끝을 맺었다. 편지는 정환군이 사고 다음 날인 18일 썼다. 안 소방위의 부인 한모(38)씨는 “할머니가 ‘아빠가 하늘나라 갔으니 함께 기도하자’고 하자 정환이가 혼자 직접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정환군은 편지와 함께 아빠의 웃는 얼굴과 나무를 그리고, 지난 2월 3일 찍은 가족사진, 동생 정서(5)양 돌 때 안 소방위가 남긴 글귀를 붙인 그림카드도 만들었다. 한씨와 정환군은 안 소방위 영정 앞에서 편지와 그림카드를 한동안 들고 있었다.

  20일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환군의 편지를 읽은 후 “어머니 잘 모시고 훌륭하게 커요. 아빠도 그걸 원할 거예요”라고 정환군을 위로했다.

 한편 순직한 소방공무원에겐 19일 훈장이 추서됐다. 고 정성철 지방소방령에게 녹조근정훈장, 고 박인돈 지방소방경, 고 안병국 지방소방위, 고 신영룡 지방소방장, 고 이은교 지방소방교에게는 각각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합동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강원도청 별관 주차장에서 강원도장으로 열린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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