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유가 인상에 「부도」겹쳐|출판계 부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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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환율및 금리인상에 연이은 유가인상으로 모든 경제환경이 「그로기」상태에 있는데다 10일이상 계속되는 한파에 강타 당해 출판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어렵다 어렵다하지만 금년처럼 어려울 때도 없을 것 같다』는게 출판사들의 한결같은 얘기. 게다가 서울도서판매의 부도사건으로 빚어진 연쇄충격은 거래 출판사들뿐 아니라 서점·인쇄업계에도 밀어닥칠 전망이어서 출판계는 비상이 걸려있다.
시중 서점가는 문학비절약바람과 추운 날씨탓에 개점휴업상태. 지난해 하루 15만∼20만원이던 매상액이 요즘은 10만원을 밑돌아 거의 절반이상의 손님이 떨어진 실정이다. 서울용산구남영동 학원가에 밀집해있는 10여개의 서점중 2, 3개 서점이 전업을 위해 집을 내놨다는 얘기다.
숙명여대앞 S서점주인 김모씨도 『차라리 양장점에 세를 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것.
외서취급서점의 경우는 환율인상에 따른 가격조정으로 무턱대고 들른 손님들을 당황하게 한다. 2월1일부터 조정된 가격은 일본서적은 4.2대1(인상전 3.5대1), 미서 8백50대1(7백50대l), 영서 1천9백대1(1천6백대1)의 비율로 대폭올라 문고본하나 사려해도 3, 4천원은 준비해야하는 실정.
이같은 인상충격은 일반단행본 책가격을 2천원대로 밀어올렸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1천7, 8백원정도이던 단행본의 정가가 2월들어 2천원이상으로 20%인상된 가격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K출판사는 국판 3백 「페이지」분량의 소설집을 2천원으로 매겼더니 인쇄소와 서점에서 적어도 2천3백원으로는 올려야한다고 이의를 제기하더라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환율·석유가 인상이후 책값 인상의 압력은 크다. 최근 종이값 인상설이 나돌면서 종이품귀현상이 일어나 종이를 구하려면 30%정도 올린 값으로나 겨우 구할 수 있는 형편.
이같은 인쇄용지 파동은 1.12 환율인상 조치를 전후해 종이가 을지로 종이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이래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실수요자인 출판사에서는 원고를 만들어 놓고도 책을 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인쇄·조판비도 인쇄업계의 요구에 따라 곧 오를 전망이다. 대한인쇄공업협동조합측은 관수용 인쇄요율을 50%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결정이 나는대로 일반 출판물 인쇄비도 이 수준으로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감이 줄어 허덕이는 판에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 게다가 책 「커버」로 쓰이는 「비닐」값도 1장당 20원에서 25원정도로 올랐다.
이처럼 「코스트·푸시」현상이 심화되고있는 형편에 책매상은 50%이상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는 「안팎 곱사등이」의 난처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한편 서울도서판매(대표 장정기)의 부도사건 충격으로 대부분 영세출판사인 2백70여 거래출판사들은 지금당장 필요한 금싸라기같은 돈을 작게는 2, 3백만원에서 크게는 1천만원이상에 이르기까지 받지 못할 형편.
때문에 거의 빈사상태에 있는 이들 출판사는 지난 5일 채권단 총회를 열어 당분간 회사를 채권단 감리아래 운영하고 점차로 채권을 회수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전망이 불투명한판에 『어떻게 도서를 계속 공급 하겠는가』하는 우려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서울도서판매의 도산위기는 많은 영세출판사들까지 연쇄 도산상태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위구심까지 자아낸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아래서도 서적업계와 출판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한 자구책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서련은 곧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소집을 해 독서인구저변확대운동이나 독서생활화「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며 대학가 서점을 위축시키고 있는「캠퍼스」내 대학교재직판이나 참고서 채택행위를 시정하도록 관계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한편 출판사측의 독자확보책은 더욱 적극적이다. 전예원이나 백제출판사같은 곳은 TBC·MBC·CBS등 방송의 애청자「카드」를 확보, 이를 독서인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사장을 만들어 돌리고 있으며「열쇠고리」에 자사출판물을 도안해 놓는등 적극PR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전례없는 출판계의 어려움에 대해 한태석씨(출판평론가)는 도서생산용 원자재에 대한 부가세율 인하를 경책당국에 적극 건의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낭비적인 출판풍토를 지양, 내실있는 새로운 기획에 출판사들이 나서 독자를 꾸준히 확보할 것을 바랐다.
출협에서도 7일 출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용지난해소를 위해▲외국산 인쇄용지의 수입관세율(현행40%)을 협회일괄구입분에 한해서만이라도 철폐해 줄 것 ▲1백g이하의 도서생산용 용지(중질지·「아트」지)가격을 현행 행정지도 대상품목에서 빼 시장가격에 의해 거래될수 있도록 조치해 줄것등을 재무부와 상공부등 관계 당국에 건의했다.<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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