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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벽수단산승 청풍명월 선인부가대 초창촉귀주 푸른 물은 단양의 경계를 이루고 청풍에는 명월누가 있다.
선인은 어찌 기다리지 않고 섭섭하게 홀로 배만 돌아 오는가.
단양팔경의 하나인 귀담봉에 처음 올라본 단양군수 이퇴계는 이렇게 노래했다.
8대 명승지의 하나로 예부터 제2의 외금강이라 불리던 이곳 단양을 찾은 선비는 많았다.
여말의 우도, 조선초의 정도전, 중기의 김일손….
퇴계는 이곳을 중국의 소상팔경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격찬했었다.
이제 그 바로 이웃에 충주다목적「댐」이 자리잡게 된다. 총공사비 2천7백여억원, 길이 4백64m, 높이가 97·5m.
이게 완공되면 2천9백여만평의 저수지가 생기고 4O만kw의 수력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자연의 극치와 인공의 극치가 나란히 어깨를 겨누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 「루스벨트」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로 GMS히 TVA를 꼽는다. 그것은 「테네시」 천류역을 종합적으로 개발해서 발전·수도개선·홍수방지 등 다목적사업으로 농촌의 공업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사업은 7년이 걸려서야 완성되었다. 그 동안에 미국의 심각했던 실업자 문제가 해소되고 「뉴ELF」정책의 성공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 규모에 있어 이에 비길만한 것은 못된다 해도 충주「댐」이 완성되면 34억t에 가까운 농업용수문제가 해결된다. 그 혜택은 멀리 여주·김포 지역에까지 미친다.
그러나 「루스벨트」가 「테네시」일류역을 개발할 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주민문제였다. 또한 「댐」으로 인하여 자연이 무너지고 삼림이 결딴나는 것을 방지하려 애쓰기도 했다.
충주「댐」공사로도 1시 3군 13개면에 걸친 7백60만평이 물에 잠기게 된다.
5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인가.
문제는 또 있다. 「댐」을 위해 수십년 동안 자란 나무들이 수없이 잘리게 된다.
그 뒤치다꺼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테네서」개발 때에는 한쪽으로 자연을 허는 한편으로 조림에도 힘썼다.
다행히 단양팔경에는 조금도 탈이 없도록 한다고 한다.
그러나 관광지가 개발된다면 으례 자동차 길이 뚫리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또 자연이 마냥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어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어울진다』
이런 퇴계의 시정을 앗아가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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